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중소기업자간경쟁제품(중기간경쟁제품) 품목에 올랐다는 소식에 산업계는 벌집을 쑤셔 놓은 분위기다. 협회, 학회, 대기업, 중견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서조차도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ESS는 대표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산업용에 이어 가정용 ESS 시장도 커지고 있다. 미래 에너지 효율화 핵심인 ESS 융합 산업은 모두가 신성장산업군으로 분류된다. 테슬라, 비야디(BYD), 벤츠 등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이유다. 국내에서도 삼성·LG전자와 효성 등 대기업, 중견기업들이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아는 산업계에서는 '설마'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는 전기공업협동조합의 신청을 받아 ESS를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품목 의견으로 중소기업부에 건의했고, 중기부는 부처 간 업무 협의를 거쳐 올해 말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산업계는 ESS가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될 가능성을 희박하게 본다. 워낙 대기업 중심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산업인 데다 다양한 제품군이 결합하는 융·복합 산업이자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으로 인식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 성명서를 일제히 발표하고 나섰다.

중소기업 영역 보호는 꼭 필요하다. 중기간경쟁제품 제도는 취지를 살려 유지해야 한다. 더욱 적극 보호해야 할 품목도 있다. 데스크톱 PC 등 긍정 효과를 얻은 사례도 많다. 그러나 업계 역량과 제대로 된 산업·시장 분석 없이 3D프린터, ESS 등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성장 산업이자 정부가 육성 의지까지 표명한 산업군을 중기간경쟁제품 품목으로 거론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산업과 경제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부담을 주게 된다. 해당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생태계가 구축된 상태라면 중소기업 육성을 고려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고 초기 성장 단계에 있는 산업을 중소기업 업종으로 지정하면 국가 신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중기간경쟁제품 품목 지정은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