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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허수아비

발행일2018.10.11 17:00
Photo Image<2018 국정감사에 출석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오른쪽)와 데미안 여관 야요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

허수아비 만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쉽게 만들려고 한다면 대나무를 십자로 엮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새도 식상한 허수아비에는 속지 않는다. 지푸라기를 넣어 근육을 만들고 얼굴에 눈도 붙여야 조금 속아 줄까. 그나마도 가을 들판에 허수아비가 귀해졌다.

어디로 갔나 하던 허수아비가 여의도에 떴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구글, 페이스북 한국지사장들이 어떤 질문을 해도 “모른다”고 답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허수아비다.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했다.

본사가 시키는 대로 하느라 아무 말 못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출도, 수익도, 세금도, 서버 숫자도 아는 게 없으니 묻지 말아 달란다. 한국 사업을 책임지는 사람이 그럴 리가 있겠는가. 오죽하면 '일 년에 한 번 욕먹고 고액 연봉 받는 자리'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보다 못한 국회의원이 이들에게 “수치스럽지 않으냐” “허수아비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이들은 끝까지 함구로 일관했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버티기로 마음먹으면 어쩌지 못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국내에서 제기된 과세와 망 이용 대가, 역차별 논란 문제를 모를 리 없다. 교묘하게 회피할 뿐이다. 장사는 한국에서 하지만 한국에는 이들을 구속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이들이 “한국 규제를 준수한다”고 다소 길게 말한 건 허수아비가 아님을 증명한다. '규제 빈틈을 잘 알고 이를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이기 때문이다.

허수아비 코스프레를 지속했지만 실체는 대단히 영리하고 똑똑한 허수아비(?)가 아닐 수 없다. 문득 이런 똑똑한 허수아비를 황금들판에 세운다면 새를 아주 잘 쫓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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