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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자간경쟁제품'(중기간경쟁제품) 제도가 첨단 산업에 적용되면서 산업발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기구와 무정전전원장치(UPS)가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며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고 산업이 영세화 한 바 있다. 특히 중기간경쟁제품 결정 과정에서 중소기업 보호에 무게 중심이 쏠리면서 다양성을 갖춘 의견을 반영하기 힘든 것도 맹점으로 지적된다.

중기간경쟁제품 제도는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중 판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품목에 대해 대기업 공공시장 참여를 제한한다.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10개 이상이고, 공공기관 연간 구매실적이 10억원 이상인 품목이면 지정 대상요건에 부합한다.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3년간 공공시장에서 대기업 참여를 배제한다. 공공시장에 한해 대·중견기업 참여를 막고 중소기업이 커나갈 발판을 만든다는 목표다.

실제 중기간경쟁제품 제도는 시장이 성숙한 품목에서 국내 산업 기반과 관련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긍정효과를 낳기도 한다. 한 예로 데스크톱 PC와 일체형 PC는 2013년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된 후 참여업체 수가 늘었고, 관련 업체 매출 또한 확대됐다. 정부조달컴퓨터협회에 따르면 공공조달시장에 이들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 수는 2012년 12월 17곳에서 지난해 12월 41곳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 기업 매출액도 729억원에서 3801억원으로 확대됐다.

국내 PC 시장은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게이밍 PC 등 기술 경쟁을 벌이는 민간 시장과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사무용PC를 공급하는 공공시장이 양립한다. 전체 시장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중소기업은 안정적 성장을 이룬다. 중소기업이 안정된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던 만큼 중기간경쟁제품 지정이 긍정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성장성이 주목받는 융합산업 관련 품목은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 시 산업이 영세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LED 조명기구와 UPS가 대표 예로 꼽힌다.

국내 LED 조명기구 산업은 2012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2015년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해제했지만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했다. 민수시장은 대기업 참여가 허용된 대신 공공조달 시장은 여전히 대기업 참여가 제한됐다.

연이은 규제가 적용된 사이 국내 LED 조명 산업은 중소기업 중심 산업으로 구조가 바뀌었다. 2015년에는 삼성전자·LG전자와 함께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동부라이텍·아이콘트롤스·SKC라이팅·포스코LED·현대LED·한솔라이팅 등 다수 대기업이 시장에 참여했다. 현재는 삼성전자·LG전자 외 LED 조명 관련 사업을 적극 벌이는 대기업은 없다. 반면 국내 중소기업은 공공시장을 바라보고 경쟁적으로 사업에 뛰어들면서 업체 수익은 하락했다.

LED 조명업계 관계자는 “국내 LED 조명산업은 녹색성장 등 고용 창출로 인해 정부에서 지원하다보니 타 업종 기업도 뛰어들어 2014년 관련 업체 수가 2500개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업체가 (작은 국내 시장을) 나눠먹기 하다보니 다 같이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았다”고 밝혔다.

UPS 또한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며 글로벌 경쟁력이 하락한 제품으로 꼽힌다. UPS는 정전 등 갑작스런 전원공급 중단 시 일정 시간 동안 정상적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다. 데이터 손실이 치명적인 제조 현장과 데이터센터 등에서 각광받았었다. 그러나 2015년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만한 국내 대기업은 현재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드론 등 유망산업이 잇따라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서 중기간경쟁제품을 결정하는 과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일부 기업이 지정 신청을 제시하면 중기간경쟁제품 찬반을 논의하는 조정회의로 무리없이 이어지는 구조다. 중기중앙회는 현재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10개 이상이고 공공기관 연간 구매실적이 10억원 이상인 품목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한 업계 공청회·조정회의에 착수한다. 이후 추천 의견을 중소기업벤처부로 전달한다.

중기중앙회는 조정회의에서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찬반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이끈다. 많아야 3번 개최하는 조정회의에서 빠르게 중기간경쟁제품 지정에 관한 업체 의견을 수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 경쟁력 등 큰 틀 논의는 나오기 힘들고, 일부 업체 의견이 과대 대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연명기업이 의견을 제출하면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신청가능한 구조”라며 “이 기업이 업계 전체를 대표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