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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양자창의연구실장

“양자컴퓨팅은 앞으로 도래할 양자정보 시대의 총아입니다. 우리나라도 더 많은 연구로 세계에 뒤떨어지지 않는 성과를 내야 합니다.”

최병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양자창의연구실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양자컴퓨팅 분야 전문가다.

양자컴퓨팅은 기존 정보단위인 비트와 달리 0, 1, 복소수 형태의 중간 상태를 기반으로 더 빠른 계산 능력을 발휘하는 컴퓨팅시스템이다.

최 실장은 15년 넘게 해당 분야를 연구했다. 양자컴퓨팅 전반을 다룬다. 알고리즘부터 시작해 관련 디바이스까지 양자컴퓨팅 구현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모두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양자컴퓨팅 속도를 높이는 소프트웨어(SW)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양자컴퓨터가 양자 알고리즘을 더 빨리 이해하도록 돕는 '양자 컴파일'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양자 컴파일은 이미 구축한 양자 알고리즘을 기계어로 변환하는 과정으로, 모든 알고리즘 실행에 컴파일 과정이 필요하다. 최 실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양자 연산에 쓰이는 회전 게이트 숫자를 기존 35개에서 21개로 대폭 줄여 더 빠른연산을 구현하도록 했다.

최 실장은 “양자 알고리즘 실행에 필요한 세부 기술을 선점해 이 성과가 의미를 가진다”며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우리나라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양자컴퓨팅 핵심인 '큐비트' 구현에도 눈을 돌렸다. 여러 가지 방법 가운데 반도체를 활용한 큐비트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반도체에서 생기는 전자 스핀을 큐비트로 쓰는 방식이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만큼, 이를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도 활용하자는 취지다. 반도체 활용큐비트는 해외에서도 아직 제대로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특히 성공 가능성이 높다.

그는 “양자컴퓨팅을 구현하려면 결국 큐비트라는 하드웨어(HW) 구현이 필수”라며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아직 세계에서도 성과가 많지 않은 분야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어려움은 많다. 연구 초창기다보니 축적된 것이 거의 없다. 극저온·초미세 기술이 필요해 큐비트 구현까지 기술난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지금 원천 기술 확보에 뒤처지면 끝내 해외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최 실장은 “양자컴퓨팅 분야는 활용분야가 넓고 중요성도 커 세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적시에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뒤떨어지는 것을 넘어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힘 줘 말했다.

현재 큐비트 한 개 구현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활용 큐비트는 세계에서도 아직 두 개를 구현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우리나라의 양자컴퓨팅 분야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려면 융합연구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양자컴퓨팅에는 전산, 수학, 물리 등 다 방면 학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학교 차원에서 관련 교육 범주 확대도 필수다.


최 실장은 “더 많은 소통과 협력으로 융합연구가 활성화돼야 양자컴퓨팅 분야 성과 창출이 가능하다”며 “현재 양자컴퓨팅의 기반인 양자역할을 물리학 범주에서 교육하는데,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교육도 진행해 범주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