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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논의가 치열하다. 서구 게임사도 부분무료 모델을 기본으로 인 앱 결제, DLC 판매 등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한 까닭이다.

국내와 서구는 확률형 아이템이 과도한 지출 및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우려를 같이한다. 또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넘어 확률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는 등 강제하는 방안에는 부정적이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강제하는 것이기에 적절치 않으며 글로벌 서비스를 하는 게임사에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은 동일하다.

다루는 방법은 국내와 차이가 있다.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국정감사 단골손님일 정도로 정책 측면에서 접근하는 국내와 달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직접 접근한다. 유럽 16개국 도박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을 국가 법률에 따라 도박으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한다. 우려하면서도 불법도박 단속 및 철폐에 중점을 둔다. 청소년 보호에 초점을 맞춘다.

영국 도박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이 법률상 도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다. 법률적으로 환가성이 없어서 도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 자체 도박 여부를 떠나서 청소년에게 미칠 악영향은 염려하고 있다. 게임과 도박 사이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면서 게임 제작사와 규제 당국의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보호조치를 기대한다고 당부한다.

정부도 같은 의견이다.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는 확률형 아이템으로부터 얻는 상품을 게임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도박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범유럽 민간 게임등급분류기관 페기(PEGI)도 영국 도박위원회 결정을 따르고 있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과 캐나다 게임 등급을 분류·심사하는 자율규제 단체인 오락소프트웨어등급위원회(ESRB)역시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에서 전통이 긴 트레이딩 카드 게임과 특성이 동일하다고 본다. 트레이딩 카드 게임은 실물 카드를 확률적으로 습득해 플레이하는 게임을 말한다. 야구, 농구, 미식축구 선수 카드가 대표적이다. '매직 더 게더링'과 같은 테이블탑 게임도 포함한다. 확률로 획득한 아이템을 게임 내에서만 사용하기 때문에 도박이 아니라고 본다.

서구 시장이 확률형 아이템 논의를 본격화하게 된 시발점은 2017년 겨울에 발매된 EA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 때문이다. 서구권에서 강력한 IP인 스타워즈 세계관을 활용한 3인칭 슈팅 게임이라 발매 전부터 관심이 높았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는 게임 내 제화를 이용해 박스를 개봉하면 확률적으로 아이템, 병과, 영웅을 획득한다. 게임 내 제화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거나 별도 결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게임 플레이만으로는 재화를 획득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패키지 게임임에도 게임 이용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을 결제로 확률 습득할 수 있게 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유럽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사실상 도박에 가깝다는 비판과 함께 제재 목소리가 커졌다. 벨기에 게임위원회는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가 자국에 출시되자 '사실상 도박'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벨기에 도박위원회는 “실력이 아닌 운이 게임 이용에 영향을 미친다”며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벨기에 법무부도 “청소년 정신 건강에 도박과 게임을 혼합한 형태는 매우 위험하다”며 “유럽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벨기에 정부는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된 게임이 자국에서 서비스되는 것을 차단했다.

인접국가인 네덜란드도 뜻을 같이했다. 네덜란드 도박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 중독성과 과다한 지출 위험성을 경고했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를 시작으로 '도타2'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오버워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NBA2K 2019' '피파19' 등 글로벌 게임에 규제를 적용해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 중지시켰다.

이와 같은 규제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다. 밸브는 '도타2'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했다. 확률형 아이템 박스 구성을 결제 전 알려주고 결제 여부는 이용자 선택에 맡겼다. 다만 구성은 구매 전까지 변하지 않는다. 구성을 변경하려면 박스를 구매해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 박스 성격은 그대로 두면서 규제를 피하려는 조치였다.

이외 프랑스 온라인도박규제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과 유사하다고 우려를 표했으며 크리스 리 미국 하와이 주 하원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을 약탈 행위라고 주장하며 온라인 카지노로 규정, 규제 입법을 진행했다. 호주 빅토리아주 도박 및 주류규제위원회도 법적으로 도박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동아시아 지역은 정부가 규제 장치를 작동하되 민간 자율규제를 적용해 시장이 자정할 수 있는 기회와 조건을 만들었다.

일본은 확률상품 중 동일한 제품을 모아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컴플리트 가챠'가 존재할 만큼 확률형 아이템이 발달했다. 컴플리트 가챠 소비자 피해가 보고되자 이를 경품 표시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강제 규제 전부다. 이외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랜덤형상품 제공방식 표시 및 운영지침'으로 자율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강력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문화부는 '온라인 게임 운영 규제 및 사후 감독 강화에 관한 고시'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 구성(성능, 내용, 수량)과 확률을 공지하게 한다. 관련 내용을 이용자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다만 공개 형식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국내와 달리 게임사가 독자 방법으로 표기할 수 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