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은 기아자동차가 2012년 내놓은 후륜구동 플래그십(최고급) 세단이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차량인 만큼 당시 최고 수준 기술을 적용했다. 하지만 에쿠스와 제네시스(BH) 사이에 위치한 애매한 차급으로 흥행에 실패했다. 기아차는 약 6년간 절치부심(切齒腐心)해서 국내 뿐만 아니라 유럽 프리미엄 플래그십 세단과도 견줄 수 있는 신모델을 선보였다. 신형 K9은 디자인부터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까지 국내 시장에서 판매 중인 모든 차량을 압도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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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크루즈콘트롤 NSCC (제공=현대·기아자동차)

신형 K9 그랜드 마스터즈 AWD 풀옵션 모델을 타고 서울에서 대구를 다녀오는 총 800㎞ 구간을 시승했다. 이번 시승에서는 신형 K9의 실내 공간과 승차감, 주행성능, ADAS 등 전반적인 성능을 살펴봤다.

신형 K9은 전장 5120㎜, 전폭 1915㎜, 전고 1490㎜, 축거 3105㎜로 기존 K9대비 전장 25㎜, 전폭 15㎜, 축거 65㎜ 등 차체크기를 한층 강화해 웅장한 이미지와 여유로운 공간성을 확보했다. 트렁크에는 골프백 4개, 보스톤백 4개가 동시에 적재된다.

K9 외장 디자인은 'Gravity of Prestige(응축된 고급감과 품격의 무게)'를 디자인 콘셉트로, 품격 있는 럭셔리 세단의 위엄과 기품을 강조했다. 전면부는 풍부하고 섬세한 후드의 면 처리를 기반으로 전체적으로 웅장하면서 고급스러운 인상을 구현했다. 기아차 고유 역동적인 에너지를 고급스럽게 재해석한 '쿼드릭 패턴 그릴(Quadric Pattern Grill)'을 통해 독창적이고 존재감 있는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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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신형 K9의 헤드램프. (제공=기아차)

K9 전면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헤드램프다. 헤드램프는 세련되면서 고급스러운 인상을 구현한 '듀플렉스(Duplex) LED 헤드램프'가 장착됐다. 또 빛의 궤적을 동적으로 형상화한 주간주행등(DRL)과 시퀀셜(순차점등) 방식의 턴시그널 램프, 정교하게 가공된 라이트커튼 이너렌즈도 적용됐다.

측면부는 휠베이스 확대를 통해 균형 잡힌 비례감을 기반으로 시각적 안정감과 중후함을 추구했다. 또 긴장감 있는 측면 면 처리, 변화감 있는 이중 캐릭터라인으로 역동적인 주행이미지를 표현했다. 후면부는 세련된 인상과 고급스러움의 조화로 완성도 높은 이미지를 강조했다.

K9 실내 공간은 기존 국산차에서 느낄 수 없었던 고급스러움이 구현됐다. 특히 앞좌석은 반 체급 위로 평가되는 제네시스 'EQ900'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보다도 화려하다. 시트에 적용된 나파가죽은 부드러운 촉감과 '퀼팅(마름모꼴 바느질)' 모양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배가시켰다. 차량 필러(기둥)와 천장에 적용된 인조가죽은 알칸타라와 비슷한 촉감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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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더 K9 실내.

실내 레이아웃은 수평으로 간결하게 전개해 안정적이고 균형감 있는 이미지를 구현했다. 국산 대형세단 최초로 적용된 '12.3인치 UVO 3.0 고급형 내비게이션'은 넓어진 홈 화면에서 다양한 위젯을 원하는 곳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 우측 분할 화면을 통해 번거로운 화면 간 이동 없이 내비게이션 안내를 받으면서 미디어, 공조, 날씨 등 다양한 콘텐츠를 동시에 확인 가능했다. 내비게이션 화면은 헤드업 디스플레이, 주행 보조, 스마트 자세 제어 등 다양한 차량 연동 설정을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었다.

구형 K9은 뒷좌석에서 타고 내릴 때 상체를 많이 숙여야 해서 '사장님' 오너로부터 외면 받았다. 또 뒷좌석 시트 각도도 애매해서 '쇼퍼드리븐카(운전기사를 두는 차량)'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신형 K9은 이와 같은 불편함이 개선됐다. '레스트 모드'를 하면 조수석이 앞으로 빠지고, 뒷좌석은 각도가 누워져서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처럼 안락하게 바뀐다. 시승차에는 듀얼 모니터까지 장착돼 있었다. 다만 조수석 발받침, 마사지 기능 등이 없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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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더 K9 뒷좌석.

3.3 터보 가솔린 모델은 트윈 터보차저를 탑재해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f.m의 역동적이고 풍부한 가속성능을 제공한다. 제네시스 전 라인업에도 적용되는 이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여유로운 가속성능을 보여줬다. 특히 중고속 구간에서는 2톤이 넘는 차량을 구름 위를 달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부드러운 주행감각을 제공했다.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커스텀 등으로 나뉘어진다. 주행모드에 따라 엔진 토크와 변속, 핸들 조작감에 연동해 좌우 바퀴의 제동력과 전후륜 동력을 가변 제어하는 '전자식 AWD'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컴포트 모드로 달릴 때는 전형적인 대형 세단의 움직임을 선보였다. 하지만 스포츠모드로 고속 주행을 할 때는 날카로운 변속과 함께 넘치는 힘으로 완전히 다른 느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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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더 K9

이번 시승코스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본 것은 ADAS 기능이다. K9은 국내 최고 수준 ADAS 기능을 완비했다. 고도화된 반자율기능인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은 내비게이션과 연동해서 도로 곡률, 주변 차량 주행 상황 등까지 고려해서 가·감속과 조향을 조작한다. 더 K9은 완성도 높은 NSCC 구현을 위해 내비게이션에 국산차 최초로 ADAS 맵을 적용했다. NSCC는 차로유지보조(LFA)와 함께 안정적인 반자율주행을 선보였다.

고속도로에서는 운전의 90% 이상을 ADAS에 맡겼다. NSCC와 LFA가 조합된 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HDA)은 고속도로에서 운전기사 역할을 해냈다.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는 여주분기점부터 김천분기점까지 총 150㎞ 거리를 달리는 동안 스티어링휠을 10번도 잡지 않았다. 최대 30분가량 ADAS가 운전한 구간도 있었다. 갑자기 전방에 차량이 끼어들지 않으면 운전자 개입이 거의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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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더 K9.


이번 시승에서 K9은 기아차가 고급 브랜드를 내세워도 될 만한 실력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줬다. 디자인, 인테리어, 주행성능 등 모든 면에서 프리미엄을 느낄 수 있었다. 8230만원이라는 가격이 오히려 저렴하게 책정됐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