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에서 촉발된 CPU 공급 부족이 국내 반도체 업계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PU는 PC·서버·스토리지 등 완제품에 탑재될 때 D램이나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와 맞물려 함께 적용된다. 때문에 CPU 수급 변화는 메모리 시장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인텔 CPU 공급 부족 현상으로 올해 노트북PC 출하량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세계 PC 시장은 3분기부터 성수기에 접어드는데, CPU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올해 노트북PC 출하량이 작년보다 0.2% 줄어들 것이란 게 D램익스체인지의 전망이었다.

D램익스체인지는 그러면서 “CPU 부족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CPU 부족으로 PC 출하량이 줄어들면 PC를 구성하는 또 다른 부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제품의 수요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국 가격 하락이나 공급 과잉과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현재 발생하고 있는 CPU 부족 원인이 수율과 같은 생산 이슈나 특정 제조사 공급 문제가 아닌 양호한 수요 때문이란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텔 최고재무관리자(CFO)이자 임시 최고경영자(CEO)인 밥 스완은 CPU 부족 이슈가 확산되자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공개서한을 냈다. 스완 CFO는 “게임 수요 등으로 2011년 이후 최초로 PC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이로 인해 CPU 공급이 빠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PC 시장 성장이 생산 시설에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프리미엄 제품 생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이 예상했던 생산계획을 뛰어넘을 정도로 PC 수요가 강해 결국 공급 부족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이는 오히려 메모리 업계에 긍정적인 소식이다. 강한 PC 수요 때문에 PC용 메모리를 찾는 수요 역시 기대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일부에선 인텔 CPU 공급 부족이 전체 IT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는 양호한 수요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PC 수요 개선이 지속된다면 PC향 메모리 역시 공급 부족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도 연구원은 “올해 4분기 글로벌 D램(DRAM) 가격 하락 폭이 2%로 제한되고 내년 하락 폭은 11%에 그칠 전망”이라며 “내년에도 메모리 업체들의 D램 부분 이익이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최근 메모리 시장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은 PC가 아닌 데이터센터 수요다. 고성능 컴퓨팅을 구현하는 서버,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D램과 낸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PC용 CPU 부족이 메모리 시장 전체를 흔들 정도로 대형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메모리 시장 수요는 서버 등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PC 시장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