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3차 남북정상회담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약속, 남북 정상 백두산 동행, 한반도 무력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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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등 핵심 의제를 두고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확실한 것은 남북 관계가 일대 전환기에 접어들었고, 변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남북은 최근 10년 넘게 단절된 과학·정보통신기술(ICT) 표준 학술 교류를 재개했다. 지난달 28일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에서 '제1회 조선문정보처리기술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남북이 과기·ICT 표준 학술대회에 공동 참석한 것은 10여년 만이다.

남북은 2007년 11월 옌볜에서 '동아시아 IT포럼'을 열었다. 리눅스 기술 소개 및 공동 협력 방안, 리눅스와 산업응용소프트웨어, 언어와 정보기술(IT) 표준공동체 형성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마주 앉았다. 훈풍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듬해 평양에서 콘퍼런스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남북 관계 경색으로 무산됐다.

강산이 변할 시간을 지나 남북 ICT 업계가 다시 만났다. 여건은 당시보다 좋다. ICT 분야 민간 학술 교류에 전기가 될 수 있다. 남북은 10년 동안 단절된 ICT 분야 용어 통일 등을 논의했다. 북측 경쟁력을 파악하고 우리와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를 찾기 위한 제반 작업이다.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북한의 과기, ICT 분야 경쟁력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직접 만나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면서 “우리와 시너지를 낼 가능성을 보고 왔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은 속도전이다. 남북 협력이 구체화된 뒤에야 ICT 분야에서 접점을 찾으면 늦다. 앞날을 대비한 남북 ICT 협력 청사진을 미리 그리고, 협력 속도를 내야 한다. 10년 전에 무산된 평양 콘퍼런스 개최도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추진하길 바란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