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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평양 국제비행장(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김정일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 환영을 받고 있다.(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퍼스트레이디 간 '소프트 외교'도 눈길을 끌었다. 평양에서 남북 정상 부부가 함께 만난 것은 처음이다. 남북 퍼스트레이디가 평양 현지 시설 방문에 동행하면서 보건의료·문화 영역 교류 새 물꼬를 틀 지 주목된다.

18일 김정숙 여사는 리설주 여사와 함께 평양 문수지구에 있는 옥류아동병원과 김명균명칭 음악종합대학을 차례로 방문했다.

2014년 완공된 옥류아동병원은 북한이 자랑하는 최고 수준 아동병원이다. 6층 규모 건물에 200여명 의사가 진료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도 2015년 8월 방북 때 이 곳을 찾았다.

15시 03분경 병원에 도착한 김 여사는 리 여사를 포함 조인수 옥류아동병원장, 김성혜 당통전부 실장 등의 영접을 받았다. 우리측 문화·체육계 특별 방문단도 함께 했다. 김 여사는 외래환자 대기실과 2층 회복치료실, 소학교 학습실을 둘러봤다.

20여 분의 참관을 마치고 인근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을 방문했다. 최태영 음악종합대학 총장이 수행해 개별 수업실을 지켜봤다. 수업 참관 후 음악동으로 이동, 오케스트라 공연을 함께 지켜봤다.

김 여사는 “한반도의 평화에 번영에 대한 의지를 세계에 보여준 것이 5개월이 지났다”면서 “풍성하게 열린 가을 과일처럼 이번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실이 맺혀지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리 여사는 “저도 지금 하고 있는 회담이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약 1시간 동안 이뤄진 회동에서 퍼스트레이디 간 '소프트 외교'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평가다. 김 여사와 리 여사 모두 어머니, 성악 전공자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공감대를 바탕으로 보건의료·예술 영역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경우 향후 협력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보건계량평가연구소(UHME)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북한 주민 의료접근성은 195개국 중 101위다. 1인당 의료비 지출은 134달러(약 14만원)로, 우리나라(약 305만원)에 4%에 불과하다. 특히 영유아 사망률은 1000명당 26.2명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옥류아동병원 방문으로 자연스럽게 북한 전반의 의료현실을 이야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4.27 판문점 선언 기본정신인 10.4 남북공동선언에는 '남과 북은 안변과 남포에 조선협력단지를 건설하며 농업, 보건의료, 환경보호 등에서의 협력 사업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천안함 사태 이후 보건의료 협력·지원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이번을 계기로 재개 불씨를 당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문화 예술 분야 협력 논의도 주목된다. 김 여사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리 여사도 은하수관현악단에서 독창가수로 활동했다. 특별 수행원에 문화·체육계가 9명이나 포함된 점을 고려, 관련 논의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전망이다.


사상 첫 퍼스트레이디 회동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남북정상회담 분위기를 완화하고, 보건의료·문화 예술 등 민간교류 확대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