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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랄라 유사프자이, 파키스탄 출신의 여성 교육 운동가 <사진 출처=VM웨어 트위터>

“자신을 믿고 새로운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지난달 2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대규모 정보기술(IT) 행사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를 만났다. 그녀는 파키스탄 출신 여성교육 운동가로 4년전 미성년자로서 처음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당시 나이가 17살이었다.

'VM월드 2018' 기조강연자로 나선 말랄라는 인터뷰를 통해 여성교육 중요성, IT가 미래 세대 교육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이야기했다. 말랄라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탈레반에 의해 피격을 당해 죽을 뻔 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면서도 시종일관 담담한 어조였다. 그는 '투사'가 아니다. 어린 동생이 게임을 많이 한다며 야단을 치는 평범한 학생이다.

기술을 활용해 정보를 취합하고, 자원으로 활용해 사회에 환원하라고 말한다. 말랄라는 “여러분은 변화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서 “변화가 오길 기다리지 말고 여러분이 변화를 시도하라”고 강조한다. 말랄라는 파키스탄 고향을 '동쪽의 스위스'라고 불렀다.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시골마을이다. 하지만 여성에게 학교 갈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다.

◇“누구 어머니, 누구 여자형제가 되지 마라”

말랄라는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교육자였다. 말랄라는 “여자 삶을 존중했고 자신은 교육을 받는 동안 여자 형제가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에 분노했다”고 기억했다. 아버지는 딸을 낳은 데 위로 말을 건네면서 다음에는 아들을 낳으라는 주변 사람 말에 분개했다.

“아버지는 누구의 어머니, 누구의 여자형제 이런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돼야 한다고 강력한 힘을 가진 이름을 주셨어요. 남자 뒤에서 복종하거나 후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성 고유 목소리를 내라고 말하셨어요.”

행복한 시절이었지만, 탈레반이 마을에 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여성은 시장에도 가지 못 했고 집안에만 있어야 했다. 소녀는 학교에도 갈 수 없었다. 말랄라는 “종교 이데올로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무지를 전파한 것”이라면서 “교육을 하면 여성 인권이 올라가고 일자리를 갖고 더욱 독립적이 돼 남자에게 저항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꼬집었다.

11살 말랄라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집에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엔지니어나 교사가 되고 싶은 꿈이 있는 소녀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은 자유와 독립을 막고, 미래까지 앗아가는 것이다.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말랄라는 “나서서 이야기해야겠다, 이건 중대한 문제니까 밖으로 나가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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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왼쪽에서 두번째)과 만나 여성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말랄라 모습 <사진 출처=애플>

◇테러, 그리고 재기, 노벨평화상까지

탈레반은 말랄라를 겨냥했다. 말랄라는 2012년에 일어난 테러 사건에 대해 기억하는 것이 거의 없었다. 학교에 돌아가는 길에 친구들과 시험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괴한이 그에게 '네가 말랄라니'라고 물었다. 그는 '내가 말랄라'라고 대답했다. 총알이 이마와 어깨를 관통했다. 공격을 받은 후 깨어난 곳은 낯선 병원이었다. 두 달 반 동안 병원에 있었다.

말랄라는 “간호사가 세계에서 온 편지와 카드를 가져와 읽어줬다”면서 “일단 100장만 가져왔는데, 수천 장이 더 있다고 알려줬다”고 전했다. 그는 테러가 자신을 잠시 침묵하게는 만들 수 있어도, 세계 사람들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신을 침묵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과 함께 하게 됐다고 역설했다.

말랄라는 신변 위협에도 불구하고 자신 꿈과 미래에 매달렸다. 그는 증오, 분노는 에너지 낭비라고 깨달았다. 더 많은 여성을 위한 교육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이야기했다.

“저를 공격했던 사람들도 어린 소년이었어요. 자의로 한 게 아니라 누군가 명령으로 한 것인데, 명령을 따르기로 한 소년은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겠죠. 저는 제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사랑을 전파하고 친절해지는 데 쏟고 싶어요.”

노벨평화상을 받던 당시 말랄라는 학교에 있었다. 혹시 모를 수상 가능성을 내다본 아버지가 집에 있자고 했지만, 공부를 하고 싶었다. 너무 어려서 상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화학 수업 도중에 교감 선생님이 말랄라를 찾았다. “말랄라, 노벨상을 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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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던 말랄라 <사진 출처=노벨상 홈페이지>

◇더 많은 여성에게 교육 기회와 정보 접근을

말랄라는 노벨평화상을 받아 생긴 인지도를 여성 교육 확대에 이용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말랄라는 “엄청나게 많은 여성이 빈곤과 조혼으로 고통 받고 있다”면서 “여성이 인류 절반인데, 기회를 받지 못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월드뱅크 조사결과 여성 정규 교육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30조원 경제 신장 효과가 있다. 여성 교육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한 것이 된다. “소녀를 위한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가장 유용하고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투자입니다.”

말랄라는 모바일 기술, 스마트폰이 여성 교육 기회 확산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 어디에서나 스마트폰, 노트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여성이 정보 접근성을 확보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기술이 여성에게 권한을 주고 미래를 개척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난민센터에서도 기술이 활용된다. 전기가 없어도 컴퓨터로 교육을 받는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소셜미디어로 젊은 세대가 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촉구하고 모금 활동을 할 수 있다.

말랄라는 “앞으로 50년간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기술이 기여할 것”이라면서 “교육 질을 높이고 미래 세대가 준비되도록 기술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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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랄라를 주인공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장면 <사진 출처=VM월드 2018>

◇변화를 바란다면, 나 자신부터 나서야 한다

말랄라는 '사람들은 종종 내게 왜 밖으로 나가 말하기 시작했니'라고 묻는다고 말했다. 심각한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과 공개 장소에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행보를 지적한 것이다. 테러 공격 후 그와 가족은 고향으로 바로 돌아가지 못 했다. 이날 기조연설장에도 삼엄한 경비가 세워졌다.

말랄라는 자신에게 두 가지 선택 밖에 없다면서 “내가 말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나는 변화를 보고 싶었어요. 내가 이렇게 말하기로 결심한 이유에요. 변화를 보고 싶다면, 세상을 우리 모두에게 더 좋은 곳으로, 더 건강하고, 부유하고, 안전한 장소이길 바란다면 우리는 무엇인가를 해야 합니다.”

말랄라는 젊은 세대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전했다. 학생에게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 반드시 성인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때로는 곧장 결과를 볼 수 없고, 가치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 모든 작은 발걸음이 많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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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랄라 유사프자이 <사진 출처=VM월드 2018 홈페이지>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1997년 7월 12일 파키스탄 북서부 스와트밸리에서 태어났다.

말랄라 아버지는 그에게 가장 강력한 지원자였다. 보수적 지역 분위기와 달리 말랄라에게 남자 형제와 똑같이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

탈레반이 파키스탄 국경지역을 점령하면서 교육 기회를 박탈당했다. 자유가 억압됐다. 말랄라는 이에 굴하지 않고 탈레반 만행을 고발하는 동시에 여성 교육 필요성을 주장하는 내용을 BBC가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에 익명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이는 독일 나치 점령에서 전쟁 참혹함을 기록한 파키스탄판 '안네의 일기'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12살 때였다.


탈레반은 공개적 살해협박을 가했고 15살이던 해 2012년 10월 테러리스트로부터 피습을 당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말랄라는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이후 테러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여성 인권과 교육 중요성에 큰 목소리를 냈다. 2014년 아동 교육권 확대 노력을 인정받아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말랄라는 지금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과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다. 여성 교육을 위한 비영리 기금 '말랄라 펀드'를 운영한다. 애플과 VM웨어가 펀드에 지원을 약정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나는 말랄라' 저자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