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회장이 나란히 방북길에 오른다. 이재웅 쏘카 대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협회장,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총재 등 남북협력사업 관련 기업·기관 대표도 함께 방북길에 오르면서 남북 경제협력·대북 사업 확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는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특별수행원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주요 대기업 대표가 참여한다고 16일 밝혔다.

4대 그룹 중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을 제외한 대기업 총수가 모두 방북길에 오른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를 위해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 접견 일정이 잡혀있어 불가피하게 방북길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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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중 총수 3명이 방북길에 오르는 것은 2007년 8월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규모다. 당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정상회담에 참여했다. 2000년 6월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에선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구 회장만이 고 김대중 대통령과 동행해 방북했다.

실질 투자 결정권을 가진 대기업 총수 3명이 방북길에 오르면서 남북경협과 대북사업 재개 기대감이 확산된다. 주요 대기업은 대규모 남북경제 협력·투자를 할 가능성이 크다. 통신·에너지·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대북사업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협력 사업 구체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은 이번에 처음으로 총수가 방북길에 오른다. 2000년·2007년 열린 남북정상회담 수행단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건강 문제로 불참했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방북길에 오르면서 가전 등 전자사업을 중심으로 한 남북경제 협력과 자금 투자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2000년 북한 평양에서 TV를 임가공한 바 있다.

SK그룹은 남북 경협에 활용가능한 다양한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다. 대북 경제제재 해제 이후 즉각 대응하도록 통신·에너지·임업·건설·반도체 등 시너지 전략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경협 준비에 있어서 표면상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남북협력기획팀을 신설해 준비 중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새세기 산업혁명'을 기치로 4차 산업혁명을 통한 경제 혁신을 강조하는데 발맞춰 통신 인프라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에서 협력을 모색 한다. SK텔레콤이 보유한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은 물론 SK 주식회사 C&C의 스마트에너지 기술과 연계해 향후 남북경협에서 적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분야에서 남북경제협력이 본격화하면 SK이노베이션이 북한을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를 들여올 수 있다. 임업 분야도 북한이 매우 적극적인 분야로 SK임업의 참여가 기대된다. SK임업은 40년 이상 조림·녹지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북한의 낙후된 인프라 건설 전반에서 SK건설이 역할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북한 진출 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반도체는 국가전략물자라는 점에서 걸림돌이 있다.

LG는 통신·광물·전자 등에서 남북협력 가능성이 기대된다. LG유플러스가 유무선 통신인프라를, LG상사가 광물 사업을 벌일 수 있다. LG전자가 소규모 가전 임가공을 재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LG전자는 1996년부터 2009년까지 TV를 위탁가공 형태로 북한에서 생산했다.

LG는 세 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모두 동행할 만큼 꾸준히 남북경협·대북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6월 선임된 구 회장이 직접 방북길에 오르면서 대북 사업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로템이 철도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협에서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대로템은 전동차·고속전철 등 다양한 철도 사업 경험을 가지고 있다.

국내 벤처 대표 1세대인 이재웅 쏘카 대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등 IT를 대표하는 주요 경제 인사도 남북정상회담에 참여하면서 경제협력·대북 사업 논의 폭을 넓힐 전망이다. 전기자동차 등 신산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총재 등 남북협력사업 관련 기업 대표도 함께 참여한다. 현대는 2000년 2차 남북정상회담 정몽헌 당시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체결한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올해 5월 그룹 내에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며 남북경협 사업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 한무경 여성경제인협회장이 명단에 포함됐다. 개성공단을 비롯해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남북경협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개성공단 가동 조기 정상화를 비롯한 남북경협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