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던 중국 배터리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중국 배터리 업계 매출 3위를 기록했던 옵티멈을 비롯해 잇따라 파산이나 생산 중단은 발표하는 업체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 보조금 폐지 시한이 임박하면서 그동안 보조금에 의존해왔던 전기차 업계 경영난이 배터리 업계에도 연쇄 파급 효과를 몰고 온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와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배터리 기업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잇따른 파산·생산중단…中 업계 위기감 고조

중국 전기차 배터리 3위 옵티멈나노에너지는 최근 자금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6개월간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옵티멈은 지난해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6.6% 점유율을 차지하며 CATL과 BYD 뒤를 이어 3위를 차지했던 업체다.

인롱뉴에너지도 지난달 대금지급 연체 등으로 생산설비가 압류됐다. 멍시뉴에너지도 지난달 자금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즈항뉴에너지는 지난 7월 여우푸섬유에 인수됐다.

선두 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은 올 상반기 순익이 작년 동기 대비 49.70% 감소했다.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7월 한때 92.9위안(약 1만5000원)을 기록했지만 최근 61.39위안(약 1만원)까지 하락했다. 중국 2위 업체인 BYD도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2.2% 급감했다.

지난달 말 대만 디지타임스는 100여개 가까운 중국 배터리 상장사 중 52개 업체가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매체인 21세기경제보도는 현재 중국 내 배터리 업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2020년까지 현지 배터리 업체 중 80%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中 배터리 업체 연쇄위기 이유는…보조금 정책 변화 결정적

중국 배터리 업계 위기는 중국 정부가 올해 들어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모를 대폭 축소하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중국 내 가파른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보조금 정책에 과다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런 보조금 지금 규모 축소로 전기차 제조사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부품 구입 대금 지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게 되고, 배터리 업체 외상매출이 급증하면서 자금 유동성 위기와 경영난에 처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코발트와 니켈 등 원재료 가격 급등과 전기차 제조사 배터리 가격 인하 압박까지 더해져 업계 부담이 가중됐다.

2012년부터 전기차 가격에 절반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해왔던 중국 정부는 2020년 보조금 완전 폐지를 앞두고 단계적으로 지급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동시에 보조금 신청 자격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하고 부정 수급 사례 적발도 강화하고 있다.

타격은 기술력이 취약한 배터리 업체에 집중되고 있다. 파산한 옵티멈은 출하량 기준 업계 3위 규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삼원계(NCM, NCA) 배터리가 아닌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로 생산해왔다. 인롱 역시 LFP 배터리가 주력으로 최근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보조금 지급 기준도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상향조정 되면서 이를 만족하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김병주 SNE리서치 상무는 “중국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업계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점에 있다”면서 “난립한 배터리 기업 구조 조정과 기술력 높은 중국 내 우수 배터리 기업의 집중 성장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이러한 2~3년간 변화를 통해 2020년 이후의 전기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 中 배터리 업체 80~90% 사라질 듯

2016년 150개 정도였던 중국 내 배터리 기업 수는 지난해 100개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2020년에는 이 중 3분의 1이 상위 업체로 인수합병되거나 자연 도태되면서 20~30개 정도만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조금 의존도가 낮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상위업체 경쟁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배터리 업계 상위업체 쏠림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내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출하량은 총 15.5기가와트시(GWh)로, 이 중 1위 업체인 CATL이 6.5GWh를 공급하며 전체 공급량 42%를 차지했다. 지난해 점유율 28% 대비 14%포인트(P) 높아진 수치다. 2위 공급 업체인 비야디(BYD)는 3.3GWh를 공급하며 점유율 22%를 기록했다. 역시 점유율이 지난해 15%에 비해 7%P 높아졌다. 지난해 CATL과 BYD 2개 업체가 전체 공급량의 44%를 공급한 것과 비교해 올해 상반기에는 전체 공급량 60% 이상을 공급한 것으로 상위 업체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

이 같은 상위 업체 집중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고밀도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 업계 1위 CATL과 자체 전기차를 생산하는 BYD 경쟁력이 두드러진다. CATL은 현재 64개 기업 390개 차종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3월 폭스바겐 그룹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체 생산능력 17.09GWh 중 8.5GWh가 삼원계 배터리로 최근에는 니켈 함량을 80% 늘려 에너지밀도를 높인 'NCM 811' 배터리 개발에도 나서며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 구오쏸가오커, BAK, 리센, 파라시스, EVE, 베이징궈능 등이 기술 경쟁력을 갖춘 상위 업체로 평가받는다.


김수미 KOTRA 중국 난징무역관은 “전기차 배터리 업계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보조금 등 정부 지원책에 의존해 생존하고 있던 기업이 다수인 만큼 2020년을 전후해 전체 기업 중 90%가 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소수 상위 기업을 제외하면 변동 가능성이 큰 상황으로 기술의 완성도와 안정성에 대한 검증 기간이 소요될 것 보여 향후 전망에 대한 다각도 분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