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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글로벌 신약 개발 단축 경쟁, 갈길 먼 K-신약

발행일2018.09.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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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절차는 느리고 번거롭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줄기차게 한 말이다. 그는 치솟는 약가를 신속한 의약품 허가로 잡을 수 있다고 봤다. 2017년 3월 부임한 스콧 고틀리브 FDA 국장은 트럼프 정부 약가 인하 정책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 결과 가장 보수적이었던 FDA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많은 신약을 승인한 기관이 됐다.

세계는 신약개발 속도전이 치열하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심사 등 전 영역에서 누가 먼저 판매허가를 획득하느냐에 따라 수조원의 시장 주인이 결정된다. 세계 각국 규제당국도 신약개발 속도를 올리는 데 동참한다. 희귀, 난치병 치료제 등 시장 수요가 높은 신약이나 독점적 지위에 있는 약 가격을 내리기 위해 신속한 시장 진입을 지원한다.

우리나라도 세계 규제기관 동향에 따라 조건부 허가 등 신약 허가 프로세스를 개선한다. 그러나 신약의 절대적 수 부족과 심사 노하우 부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속도전으로 치닫는 세계 제약시장에 K-신약 경쟁력을 고민해야 한다.

◇미국, 평균 243일 만에 신약 승인…일본·캐나다 순

영국 규제과학혁신센터(CIRS),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유럽, 캐나다, 일본, 스위스, 호주 6개국 규제기관의 신약 승인 심사기간을 조사한 결과 미국이 가장 짧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약 허가 신청이 몰리는 기관이지만, 공신력을 유지하면서도 심사 프로세스를 혁신했다는 평가다.

2008~2017년까지 10년간 신약 심사시간을 보면 미국 FDA는 평균 243일이 걸렸다. 신약 판매허가 승인 신청을 접수해 허가 받기 까지 8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의미다. 조사 대상 6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300일이 넘지 않았다.

2위는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로 평균 333일이 걸렸다. 이어 캐나다 보건부가 350일, 호주 식약처(TGA)가 364일 만에 판매를 허가했다. 유럽 의약품청(EMA)과 스위스 의료제품청은 각 419일, 470일로 1년 이상 소요됐다.

6개국 모두 10년 동안 신약 승인심사 기간이 줄었다. 최근 5년(2013년~2017년)간 단축 속도가 가파르다. 2008~2012년과 최근 5년간 신약 승인 건수를 비교하면 호주 TGA가 56%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어 캐나다 보건부와 EMA가 46%, FDA 38%, PMD가 26%를 기록했다.

김무웅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실장은 “FDA는 신속심사, 혁신의약품, 가속승인 등 다양한 우선제도로 시장 수요가 높거나 치료제가 없는 영역에 대해 신속한 심사를 지원한다”면서 “오랫동안 축적한 약물기전 데이터베이스(DB)로 부작용 등을 빠르게 찾는 데다 심사 노하우까지 고도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심사 기간이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FDA에서 승인된 신약 50개 중 62%는 우선심사를 받았다. 이중 40%는 혁신의약품으로 지정됐다. EMA 신속심사 비율 역시 2008~2012년 7%에 그쳤지만 2013~2017년 16%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 평균 254일…신약 절대 수 부족

전자신문은 국내 개발 신약 28개 중 14개 심사 기간을 조사했다. 기록이 남아있지 않거나 기업에서 제출을 거부한 14개 신약은 제외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신약 심사기간은 평균 254일이 걸렸다. 5년 단위로 나눠 집계하면 2008~2012년이 평균 198일, 2013~2017년이 310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평균 신약 심사기간(254일)은 해외와 비교해 빠른 축에 속한다. FDA(243일)와 비교해 11일 정도 늦은 편이며 유럽이나 스위스와 비교해서는 각 165일, 216일이나 빠르다.

단순 수치만으로 심사 프로세스가 신속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우선 모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난해 FDA가 승인한 신약은 50개다. EMA·캐나다 보건부가 30건, 스위스 의료제품청 29건, 호주 TGA 24건, 일본 PMDA 22건 순이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작년 2건의 신약 승인을 했다. 시판 중인 신약은 26개에 불과하다. 매해 평균 20~30건씩 승인하는 6개국과 비교하기에 모수가 적다.

신약 자체도 상대적으로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이 적다는 것도 심사기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28개 신약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열·진통·소염제, 비뇨생식기관 및 항문용약, 당뇨병용제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약이다. 항암제나 희귀의약품 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영역과 비교해 심사기간이 짧을 수 있다.

조헌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무는 “유럽, 일본 등은 다양한 약물을 이용한 신약 승인신청이 들어옴에 따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심사 기간이 길다”면서 “우리나라가 유럽, 일본보다 짧은 것은 케이스가 많이 부족한데다 치료 영역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약 개발·프로세스 개선 모두 필요

1993년 7월 SK케미칼 선플라주가 신약 승인을 받은 이후 25년간 국내 개발 신약은 고작 27개 늘었다. 지난해 기준 28개 국내 신약 매출은 1847억8500만원이다. 보령제약 혈압강하제 '카나브'가 402억원으로 국내 신약 중 가장 많은 매출을 거뒀다. LG화학(LG생명과학)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정'이 327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신약은 기존에 없던 약이다. 치료제가 없거나 잘 듣지 않았던 만큼 출시되면 수요가 크다. 국내 신약은 절대적 수도 부족하지만 매출도 적다. 신약 개발 노력과 정밀한 시장 분석이 필요하다.

신약을 포함해 전반적인 승인 프로세스 개선도 요구된다. 우리나라도 미국, 유럽처럼 1997년부터 조건부 허가제를 운영한다. 희귀의약품 등을 대상 임상3상을 전제로 우선 판매하도록 허가하는 제도다. 2015년 12품목을 선정된 뒤 2016년 8건, 2017년 4건으로 계속 줄고 있다. 신속한 시장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보수적인 심사 기준 등으로 기업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식약처도 국제표준에 따라 승인, 심사 프로세스를 만들었지만 결국 수행하는 것은 사람”이라면서 “사회 분위기나 정책에 따라 승인 체계가 일관성이 없는 데다 해외 사례만 참고하려는 보수적 행태가 신약 개발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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