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간편결제 사업자가 속속 금융투자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단순 제휴를 넘어 증권사 인수를 통해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종합 금융투자상품을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공하기 위해서다. 오프라인 창구 판매에 의존하던 은행, 증권사 등 기존 금융권 판도에도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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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바로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419억원 규모 소형 증권사로 신안캐피탈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인수 가격은 5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는 그간 중소형 증권사 인수합병(M&A) 시장에 매수자로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 온라인 펀드판매 증권사인 펀드온라인코리아 매각 때도 참여했다.

카카오페이가 중소형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은 간편결제 시장 확대에 따른 수익 다각화 차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간편송금 서비스 이용 건수는 1억6293만건으로 2016년 대비 3배 가량 증가했다. 이용금액은 11조6118억원규으로 약 5배 늘었다.

특히 고객이 결제를 위해 예치한 자금을 단기금융상품인 MMF, CMA 등의 형태로 굴려주는 중국 알리페이와 같은 모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카카오페이 외에도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등도 꾸준히 금융투자업계와 제휴를 모색 중이다.

간편결제 서비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페이는 최근 펀드온라인코리아와 손잡고 자산관리 시장에 진출했다. 여타 증권사와 달리 저렴한 수수료로 온라인전용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온라인 증권사의 강점을 활용했다.

네이버페이도 미래에셋대우를 통한 CMA계좌 연계 서비스를 개시했다. 앞서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은 전략적 지분 교환을 했다. 이를 계기로 간편결제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보일 방침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간편결제사업자가 금융투자업계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금융업 판도를 크게 흔들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간편결제를 통한 은행 계좌 개설부터 자산관리까지 가능해진 만큼 기존 오프라인 창구는 점차 힘을 잃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단순 제휴를 넘어 증권사 인수라는 결정을 내린 배경 역시 하나의 플랫폼에서 금융상품을 종합 판매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앞으로 간편결제사업자가 그간의 주된 금융상품 판매 창구였던 은행의 경쟁자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규제 완화를 계기로 중소형 증권사 매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간편결제 등을 통해 금융업에 대한 이해를 높인 IT기업이 속속 M&A를 통해 영역을 넓히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카카오페이의 증권사 인수 추진이 인터넷전문은행 법 개정에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역으로 증권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통한 은행-증권 원스톱 서비스 역시 기대할 수 있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개념을 단순히 과거의 예금, 대출로만 이뤄지던 기존 은행 모델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금융투자상품부터 다양한 자산관리 상품을 다루는 종합 플랫폼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