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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년 창간기획 Ⅲ] 혁신 가로막는 규제…뛰어놀 곳 없는 스타트업

발행일2018.09.20 18:00
Photo Image<규제에 발목 잡힌 카풀 서비스.>

“스타트업은 범법자가 아닙니다.”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트타업포럼이 언급한 말이다. “더 이상 규제혁신을 방치하고 변화를 지연시키지 말라”며 정부 정책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정부 눈치를 살피며 숨죽여온 스타트업이 이처럼 분노를 표출한 것은 이례적이다. 혁신성장 최전방에서 땀 흘리고 있는 이들의 울림을 모른 체해선 안 된다.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나라가 될지, 뒤쫓아 가는 처지에 머물지 갈림길에 서 있다. 스타트업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고 메시지를 모두가 곱씹어볼 때다.

◇혁신의 싹 잘라버리는 규제

규제 문제로 혁신성장이 가로막혔다는 얘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진전되는 게 없다 보니 계속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글로벌 혁신 스타트업 우버조차도 불법 기업으로 낙인찍을 만큼 국내 산업 생태계는 혁신을 실현하기에 혹독하다.

미국 시장조사기업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한국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단순히 한국 시장 규모가 작아서만은 아니다. 100대 스타트업 사업 모델 중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는 불법으로 간주한다. 자유롭게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곳이 30개에도 못 미친다. 40곳은 명백한 불법이다. 나머지 30곳은 합법과 불법 경계선에 걸쳐 있다.

지금까지도 이런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혁신 성장을 고민해도 모자랄 시간에 상당수 스타트업이 규제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자동차와 ICT가 융합한 모빌리티 분야가 대표 사례다. 최근 전세버스 승차공유 스타트업이 서울시로부터 사업 중단을 통보받았다.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전문가 의견이 많았지만 무시당했다. 결국 이 스타트업은 최종 계약만 남겨뒀던 투자 유치 건이 무기한 연기되는 아픔을 맛봤다.

'한국판 우버'로 불렸던 카풀 스타트업도 고초를 겪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유연근무제에 맞게 설계,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 했지만 택시업계 반대와 정부 무관심에 부딪혀 사업이 되레 반토막 났다. 한 발 더 나가 없던 규제까지 만들어 스타트업을 옥죄기도 한다.

온라인 기반 중고차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은 지난해 초 불법 업체로 낙인 찍혀 문을 닫았다. 온라인 경매업체도 오프라인 시설을 갖추도록 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이 업체를 사지로 내몰았다. 법률 재·개정을 거치며 기사회생 기회를 잡았지만 언제 다시 범법자로 내몰릴지 모르는 처지다.

스타트업은 기존 산업을 혁신하거나 새 시장을 창출한다. 필연으로 전통 산업과 마찰이 일어난다. 이런 가운데 규제까지 엮이면 손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대기업, 글로벌 기업과 경쟁은 꿈도 못 꾼다. 우리가 제자리걸음하는 동안 다른 나라 스타트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모빌리티 분야만 봐도 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이 빠르게 등장했다. 미국 우버를 비롯해 중국 디디추싱, 동남아시아 그랩, 고젝 등이다.

블록체인 산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유흥·사행성 업종 취급을 받는 사이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유명 벤처캐피털로부터 잇따라 투자를 유치, 기업 가치 16억달러(1조8000억원) 유니콘으로 거듭났다.

Photo Image<ⓒ게티이미지뱅크>

◇퍼스트 무버?…현실은 '그림의 떡'

퍼스트 무버가 되자는 구호는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외침만 있을 뿐 실행으로 옮겨진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고 밀어주는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화 첫 단추는 규제 패러다임 전환으로 꿰어야 한다. 현재 국내법은 규정된 내용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 중심이다. 사전 규제 성격을 띤다. 새 제품이나 서비스 도입을 늦추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전 산업에 피해를 안겼다. 인터넷 산업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인터넷 역차별과 규제로 초고속 인터넷 강국이라는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콘텐츠 시장을 구글, 페이스북에 내어줬다. 인터넷 산업 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 결정이지만 결과적으로 해외 업체에 주도권만 뺏기고 말았다.

민간 혁신에 물꼬를 터 주려면 금지 항목을 제외한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한다. 이와 함께 공무원 조직도 손봐야 한다. 실무를 잡고 있는 공무원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변화에 속도가 붙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회에서 혁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기존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 관련 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도 혁신 성장 고삐를 죈다. 스타트업을 혁신 성장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를 허물며 신산업 육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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