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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9월 들어 기업 하반기 공개채용이 본격화됐다. 상반기 이슈가 된 인공지능(AI) 평가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적용방식과 실효성, 문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AI 기술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높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627명 대상으로 AI 면접 준비현황을 조사한 결과 2명 중 1명이 '취업 부담감이 높아졌다'고 느꼈다. AI 면접을 준비한다고 답한 이도 5명 중 1명으로 조사됐다. AI 평가가 당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크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결과 국내 주요기업 중 86.1%(105개사)가 신규채용에 AI 평가를 '활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8.2%(10개사)는 '활용할 계획이 있다', 5.7%(7개사)는 '이미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AI 서류, 인·적성 평가에 집중 “부담 안 가져도 돼”

하반기 공채에서 AI 평가 도입을 발표한 회사는 SK하이닉스, 롯데그룹, CJ그룹, KB국민은행 등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서류전형이나 인·적성, 온라인 면접에서 AI를 활용할 계획이다. 채용전형 초기단계에만 활용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3171명 대상으로 AI 평가에 대한 인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50.9%가 긍정적, 49,1%가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찬반이 팽팽하다.

AI 평가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는 '부정행위 검증'(22.6%), '시간·비용 절약'(19.6%), '채용비리 문제 해결'(17.1%) 등을 근거로 들었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는 '사람은 사람이 뽑아야 해서(23.7%)', '다양한 개성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할 우려(22.0%)', '모범 답안이 퍼져 채용시스템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13.4%)'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기술 또는 기계가 사람을 평가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부정적 의견과 달리 하반기 채용에서 AI가 갖는 비중은 낮다. 취업준비생이 별도로 AI 평가를 대비할 만큼 당락을 좌우할 수준이 아니라는 게 업계 공통된 지적이다.

대기업 HR(인사관리) 담당자는 “전체 지원자 대상 서류전형이나 인·적성 검사 등 초기 전형단계에 평가 작업을 효율화하자는 취지”라면서 “AI 활용으로 최소한의 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이를 우선 탈락시킨 뒤 통과자와 커트라인 지원자 평가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기술이 학습한 고도화된 지식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게 아닌 채용과정에서 단순, 반복적이고 과중한 업무를 줄여 채용평가 질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AI 평가에 활용되는 솔루션은

서류전형 평가는 정보기술(IT) 발전에도 대다수 기업에서 HR 담당자가 자기소개서를 일일이 읽고 크로스체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적게는 일주일에서 많게는 보름 이상 시간이 소요됐다. AI를 도입해 문제를 해소한다는 게 도입 기업 입장이다.

롯데, CJ, SK 등 이번에 AI 평가를 도입한 대기업은 IT서비스계열사 AI 평가 솔루션을 활용해 서류평가를 간소화한다. 롯데그룹은 롯데정보통신이 국내 언어처리 전문기업 '무하유'와 개발한 솔루션을 활용해 서류전형을 평가한다. 서류전형 검토 시간을 대폭 줄여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표절분석을 통해 표절 서류에는 불이익을 준다. 현재 우수인재 과거 지원서 특성을 학습한 AI분석모델 바탕으로 신규 지원자 자기소개서를 분석해 우수인재를 예단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SK하이닉스·SK주식회사는 SK㈜ C&C가 개발한 '에이브릴 HR 포 리크루트'를 활용, CJ그룹은 CJ올리브네트웍스 솔루션 지원을 받아 서류전형에 AI 평가를 도입한다. AI 면접에는 마이다스아이티 AI 평가 솔루션 '인에어(inAIR)' 활용도가 높다. 올 상반기 영업직군 채용전형에 AI 면접 도입을 발표한 한미약품과 JW중외제약이 인에어를 활용했다. 인에어는 시각, 음성, 언어, 활력 등 외적 요소와 전전두엽 6가지 영역 기능 분석을 통한 내적 요소를 종합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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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포털 사람인의 구직자 627명 대상 AI면접 준비현황 조사결과. 사람인 제공


SW업계 관계자는 “AI를 활용해 전형 평가를 좀 더 쉽게 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업은 AI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채용전형 초기단계에서 비교적 쉬운 평가를 맡겨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