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사가 제작 결함을 은폐·축소하거나 '늦장리콜'이 발각되면 최대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또 제작 결함으로 중대 피해가 발생한 경우 배상 한도도 '손해액의 5배 이상'으로 상향 조정된다.

Photo Image
BMW 520d 결함 부품.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는 6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 리콜 대응체계 혁신방안'을 확정하고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와 같은 리콜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제작사가 제작 결함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기거나 축소하는 경우 과징금을 매길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고 매출액의 3%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재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벌칙 규정에 불과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늦장리콜'이 드러날 경우 부과하는 과징금도 현재 매출액의 1%에서 3%로 상향한다.

제작사 자료제출 의무도 강화된다. 정부가 차량 결함 징후를 파악해 조사를 진행하면 모든 단계에서 필요한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BMW는 앞서 화재 원인조사를 위해 교통안전공단이 요구한 자료제출 요청을 두 차례 거절한 바 있다. 현행법상 국토부가 리콜 조사를 지시하기 전에는 공단의 자료제출 요구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 굳이 불리할 수 있는 자료를 낼 이유가 없다.

앞으로는 조사 지시 전후를 막론하고 모든 단계에서 자료제출을 하지 않으면 1건당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자료가 부실하면 1건당 500만원, 시한보다 늦게 제출하면 1차(300만원)·2차(500만원)·3차(1000만원)에 걸쳐 단계적으로 부과되는 과태료가 상향된다. 화재 빈발 등 차량 결함이 의심될 경우 이상 유무를 제작자가 정한 기한 내 소명하지 않으면 해당 차종은 결함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정부가 강제 리콜한다.

Photo Image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공청회에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전자신문 DB)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강화된다. 제작사가 결함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아 신체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 현재 배상 한도는 손해액의 3배 이내로 제한돼 있지만, 이를 손해액의 5배 이상으로 상향한다. 배상 한도 증액은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 등과 협의해 이달 중 법 개정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부는 소비자가 차량 제작 결함이나 손해와 관련한 인과관계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방안도 개선한다. 이번 BMW 화재 사태처럼 리콜 차량 중 공중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차량 운행 제한은 물론 해당 차량의 판매중지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정부는 리콜 조사 과정에서 부처 간 협업도 강화한다. 국토부(안전)와 환경부(배기가스)는 리콜 조사 착수에서 결정 단계까지 관련 자료를 상호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하 전문기관 간 기술교류가 상시로 이뤄지도록 한다.

또 화재나 중대 교통사고의 원인에 대해 소방·경찰과 공동조사하고, 관련 통계나 정보를 공유하는 기반을 갖춘다. 화재 차량의 경우 보상을 전제로 차량과 부품을 확보해 화재 원인조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Photo Image
오른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류도정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 원장이 화재가 발생한 BMW 520d 결함 부품을 살피고 있다. (전자신문 DB)

국토부는 매년 2000만건 가까이 생산되는 차량 결함정보를 분석하기 위한 종합분석시스템을 구축, 정부 유관 기관이 함께 공유토록 한다. 리콜 요건도 현재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에서 '설계·조립 상의 문제로 사고를 유발하거나 사고 시 사망·중상을 야기하는 결함' 등 미국 수준으로 구체화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리콜제도 개선에 대해 전문가, 국회, 언론 등에서 제기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