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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선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오늘날 세계가 겪고 있는 100세 시대, 저성장의 뉴노멀,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변화는 우리에게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새로운 혁신을 요구한다. 이렇듯 하루가 다른 기술과 시장의 변화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은 가능한가' '일자리는 늘 것인가 줄 것인가' '일자리를 지탱해 줄 신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등 국가가 고민하는 딜레마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다.

미국은 인공지능(AI), 일본은 로봇, 유럽은 스마트팩토리 등 선진국들은 자국의 강점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과감한 융합을 통해 탈출구를 찾고 있다. 우리를 추격하는 개발도상국 역시 변화에 맞서 시장을 내주는 조건으로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큰 흐름 속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산업이 바이오 분야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 같은 인력자본 중심 성장이 필수다. 우리나라가 노동집약형 제조업에서 첨단 기술 산업으로 변화에 성공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보통신 분야에서 준비된 인재가 충분했기에 가능했다. IT 이후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집중돼 있어서 우리나라의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도 바이오 산업이다.

이에 따라 바이오 산업을 미래 전략 산업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것에 국가 차원의 공감이 형성돼 있다. 그러나 국가 정책으로는 후순위, 규제 측면에서는 오히려 선순위인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은 세계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IT 등 기반 기술이 있음에도 빅데이터의 활용 및 원격진료·스마트케어가 제자리걸음을 하게 만들고, 바이오 신기술을 이용한 줄기세포 및 세포주 치료 등에도 진입장벽은 높기만 하다. 공공의 보편 의료 서비스와 의료관광 등 의료 산업화 간 충돌도 일어나고 있다. 바이오 산업에서 반드시 필요한 긴 안목과 오랜 시간을 인내할 수 있는 혁신 자금 또한 절대 부족하다. 그나마 있는 혁신자금조차 단기성과에 급급하거나 분산 투자로 인해 효율성이 저하돼 있는 실정이다.

고령화, 저성장, 기술 변화와 융합이라는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서 극복하는 방법은 기술과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로의 빠른 전환에 있다. IT와 바이오 산업을 결합한 스마트 헬스케어, 의료 서비스의 글로벌화, 제약·의료기기 산업 고도화 등 고부가 가치 바이오 전략 산업 육성이 시급하다. 이를 위한 투자 확대와 과감한 규제 혁신 등이 이뤄져 선도 위치 선점에 노력해야 한다.

바이오 산업 분야 가운데 신약 개발의 경우 보통 3000여개 아이디어 가운데 성공한 10여개 후보물질들이 사업화까지 이어지기 위해 '가치 혁신의 죽음의 계곡', 개발 후 시장을 진입하기 위한 '규제 극복의 죽음의 계곡', 이후의 시장에서 기존의 다국적 경쟁 기업과 싸워야 하는 '적자생존의 문턱'까지 극복해야만 사업화 성공 단계에 이를 수 있다. 이런 생명 산업의 특성상 IT 등 일반 제품 개발과 같은 시장 의존형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 의료 산업 선진국의 경우와는 다르게 시장에서 성공 경험 및 네트워크가 부족한 나라에서 바이오 산업 혁신을 위해서는 두 번의 죽음의 계곡, 즉 혁신 성장과 규제장벽을 통과시켜 줄 수 있는 정부의 지원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 혁신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프라이빗·퍼블릭 파트너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필요로 한다. 정부는 범부처·다부처의 통합 연계를 통해 효율성을 배가시키고, 민간도 다양한 투자 재원을 마련해 정부 정책과 민간 시장화 전략 간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규제 장벽 극복을 위해 정부는 네거티브 정책을 통한 과감한 허들 제거,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 무언가를 가능하게 만들고 나면 그것은 개연성 있는 일이 된다”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CEO)의 말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한미약품과 같이 바이오 산업에서 성공한 혁신 사례가 꾸준히 나타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 불확실성의 최소화, 기업의 동반성장·상생발전의 극대화, 성장과 분배의 경제 민주화라는 혁신 생태계가 정부-기업-병원-민간에서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이때 안목 긴 폭넓은 투자와 안정된 지원이 가능하고, 우리는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박구선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parkgus@kbiohealt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