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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만화가를 만났다. 불법 웹툰 때문에 힘들어 하는 동료 얘기를 했다. 게시 하루 만에 복제본이 올라오니 하루 10시간 이상 그려도 손에 쥐는 돈이 없다. 생활고와 우울증은 기본이다. 창작 의욕마저 상실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연재 주기를 일주일에서 열흘로 늘린 작가도 있다.

최근 이들이 모여서 밤토끼 운영자 상대로 소송까지 냈다. 20억원 규모다. 웹툰 작가 52명이 참여했다. 1인당 4000만원 수준이다. 산술로 작가당 평균 70~80% 매출 피해를 봤다. 실제로 국내 한 웹툰 사이트의 동일 순위 웹툰 매출이 3년 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만명에 이르는 작가 지망생들 도전 의지마저 꺾일 수 있는 대목이다. 국산 웹툰 경쟁력 기반이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불법 사이트 특성상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 피해도 우려된다. 불법 복제가 작가 수입에 분명 영향을 미치지만 이들의 원성으로만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다.

웹툰업계에서는 밤토끼 운영자 검거는 고무되지만 미봉책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2, 제3의 밤토끼가 이미 등장했다. 독자도 무료 사이트 한둘 쯤은 알고 있다. 포털에서는 폐쇄된 사이트의 새로운 주소를 문의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주소만 바꿔서 그대로 올린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트 생성 속도가 대체로 빠르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이트를 폐쇄했지만 유사 사이트가 줄지 않는 이유다. 현행 저작권법상으로도 불법 사이트 원천 차단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에서는 저작권법을 개정해서 폐쇄 절차를 축소하고 상시 모니터링해야 한다. 신고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적극 찾아내야 한다. 우리 사회 책임도 있다. 불법 웹툰과 저작권 침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밤토끼가 남긴 숙제다.


유료 웹툰을 한 편 보는 데 차이는 있지만 200~300원 정도다. 푼돈에 한국 웹툰 경쟁력과 개인정보를 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