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데이터센터를 방문했다. 규제 혁신을 위한 현장 방문이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혁신 성장 미래가 데이터에 있다”면서 “데이터 기반 신산업과 신기술을 위해 데이터 규제 혁신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전략 투자 프로젝트로 데이터경제를 선정하고 총 1조원을 투자해 전문 인력 5만명, 데이터 강소기업 100개를 각각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가운 일이다. 데이터 산업은 '21세기 원유'로 비유될 정도로 미래 핵심 산업으로 떠올랐다. 주요 기업과 국가도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슬로건 수준이었다. 당위성 수준의 말에 그칠 뿐이었다. 데이터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활용보다는 보호 쪽에 무게중심이 있었다. 대표 규제 법안인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개인 데이터 활용보다는 보호에 방점을 두고 갖가지 규제를 시행해 왔다. 제조, 의료, 금융, 유통 등 분야에서 각종 데이터 활용 모델이 나왔지만 관련법에 발목이 잡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꽉 막힌 규제 상황에서 대통령 현장 방문은 의미가 크다. 대통령조차도 데이터 규제 완화를 언급할 정도면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후속 실행 여부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서울 광화문에서 핀테크 기업과 현장 간담회를 열고 은산분리 완화를 비롯한 규제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력한 추진 의지를 내보이면서 체감 속도를 내라고 독려했다.

그러나 정작 은산분리 특례법은 지난달 국회 의견 불일치로 무산됐다. 모두가 공감하는 규제 완화가 결국 정치 논리로 공염불이 된 것이다. 데이터 규제 완화도 비슷한 경로를 거치지 않을 지 우려된다. 나아가 청와대는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행사를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일시 이벤트로 그칠까 걱정이다. '규제 완화.' 말은 쉽지만 대통령 혼자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법을 만드는 국회 도움이 절대 필요하다. 지금부터는 무엇보다 손발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