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부에서도 막대한 보조금으로 패널 제조사의 '묻지마식 투자'를 이끈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순부터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하락하면서 한국과 대만 뿐 아니라 중국 패널사까지 수익성이 나빠지자 기존 투자 전략을 우려하는 시각이 커졌다.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중국 전역에 LCD 공장을 지었는데 세계 시장에서 패널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았고 이제는 현지 기업이 실적 악화 부메랑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과 대만 패널 제조사는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1분기에 유일하게 영업이익 흑자를 낸 BOE는 상반기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BOE 상반기 실적 집계 결과 순이익이 작년 동기대비 75.6% 줄어든 9억7886위안(약 1596억원)에 그쳤다. 매출은 434억7390위안으로 2.5%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29억7520위안으로 30.8% 줄었다.

이전보다 침체기가 길고 깊어지자 중국 패널사가 먼저 가격 인상을 요구한 것도 눈길을 끈다. 세계에서 32인치 LCD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BOE와 차이나스타가 주도해 가격을 인상했다. 32인치 패널 가격이 오르자 40인치, 50인치대로 가격 상승세가 옮겨 붙었다. 상승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전망이 마냥 밝지는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LCD 생산능력을 보유한 중국이 변화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중국제조 2025' 전략에서 디스플레이 비중이 줄었지만 아직 여전히 첨단 디스플레이 산업을 육성하려는 지방 정부 의지는 강력하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중심으로 차세대 기술 확보를 노리면서 동시에 10.5세대 LCD 투자 기조를 잇고 있다.


한 관계자는 “중국 패널사 대부분이 정부 보조금에 의지해 표면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립이 어려운 수준”이라며 “최근 정부 내부에서 자국의 공격적인 투자가 LCD 공급과잉을 야기했고 이로 인해 자국 패널사가 실적 악화를 겪고 있어 책임론이 불거질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