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시장은 외산이 독점했다. 기업용 SW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은 오라클이 60%, SAP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각 10여%로 외산이 전체 90%를 넘는다. 전사자원관리(ERP)는 SAP와 오라클이 80%를 차지한다. 유지보수도 공급업체가 맡아 서비스한다. 외산 SW를 도입한 기관·기업은 22%의 높은 비율을 적용해 유지보수 비용을 부담한다.

외산 SW기업이 독점 하던 국내 SW유지보수 시장이 재편될 조짐이다. 홈플러스가 SW와 하드웨어(HW) 통합 유지보수 사업을 발주했다. 통합 유지보수 사업은 오라클, MS 등 외산 SW 대상이다. 제품 공급을 한 외산업체가 아닌 전문 유지보수 업체를 통해 통합 서비스를 받는다.

홈플러스는 SW·HW의 복잡한 계약 구조 개선과 다수 운영 사업자로 인한 비효율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비용 유지보수 비용 부담이 핵심 원인이다. 지난해 SW유지보수 전문업체가 국내 진출한 것도 배경이다. 글로벌 1·2위 SW 유지보수 전문기업이 국내 영업을 한다.

당장은 시장을 독점했던 외산 업체의 높은 유지보수 요율이 경쟁 체제 변화로 낮아지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다. 고압적이었던 서비스도 국내 실정에 맞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 국내 정보화가 첫발을 내딛은 지 50년 만에 외산 SW기업 유지보수 독점체제가 깨지는데, 수혜를 국내업체가 아닌 외산업체가 본다. 국내 업체는 외산 전문기업과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정도다. 홈플러스 사업도 그러하다.

국내 업체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해외에는 SW유지보수 전문기업을 통한 통합 관리가 확산됐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업체가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외산 SW기업의 독점 유지보수 시장 체제가 깨진다 하더라도 국내 업체가 준비돼 있지 않다면 큰 의미가 없다. 또 다른 외산업체가 시장을 가져갈 뿐이다. 대형 IT서비스기업 중심으로 SW 유지보수 역량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