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고객님 차량은 부품 수급 지연으로 10월 이후 입고할 수 있습니다.”

BMW 320d 차주 박모씨는 20일부터 시작하는 리콜 소식을 듣고 지난주 서비스센터에 부품 교체를 예약했다. 예약 당시 센터에서는 21일 교체를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해당 센터는 며칠 뒤 박씨에게 10월 이후 다시 방문해 달라고 안내했다. 해당 차량 부품 수급이 늦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 대신 5만원짜리 바우처를 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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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회현동 BMW코리아 본사 전경.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BMW 리콜 대란이 현실화됐다. BMW코리아는 20일부터 42개 차종 총 10만6317대에 대해 수입차 사상 최대 규모 리콜을 시작했지만 본사와 각 지역 서비스센터, 고객센터, 차주 간에 혼선을 빚고 있다.

이번 리콜은 통상 1~2년 이상 계속되는 일반 리콜과 성격이 다르다. 40여 차례 화재로 국민 관심이 쏠린 사안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부품을 교체하고 싶다는 차주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부품 수급과 교체에 대한 소요 시간 등 한계로 단기간 내 모든 차량을 일괄 교체하긴 현실상 어렵다. 10만대 이상이 동시에 리콜에 돌입하면서 이미 BMW코리아는 자사가 보유한 하루 최대 정비 대수를 두 배 이상 초과했다.

이번 리콜로 인한 부품 교체에는 차량당 약 3시간이 소요된다. 정비사가 해당 차량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쿨러와 밸브를 개선품으로 교체하고, EGR 파이프 청소(클리닝)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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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서비스센터 직원이 리콜을 위해 몰려든 차량을 정리하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BMW코리아는 전국 61개 서비스센터에서 리콜을 진행한다. 곳당 처리해야 할 평균 차량 대수는 1731대다. 그러나 차량이 집중되는 일부 서울 지역 서비스센터는 지난달 말부터 평소보다 2~3배 많은 차량이 계속 밀려들면서 고객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일반 차주 리콜이 미뤄지는 이유는 이보다 앞선 안전 진단 과정에서 화재 위험이 높은 문제 차량으로 분류한 차량이 부품 교체 우선순위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문제 차량 대수는 3000대 이상이다. 이들 차량 부품을 먼저 교체해야 일반 차량도 부품을 교체할 수 있다.

부품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BMW코리아 본사는 부품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지만 현장 안내는 다르다. 고객센터 등은 차주에게 '아직 부품이 없으니 기다려 달라' '안전진단에서 이상이 없었다면 최대한 여유를 두고 다시 연락해 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부품 수급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기존 안전진단 문제 차량을 우선 교체하면서 일정이 약간 미뤄지고 있다”면서 “리콜은 애초 계획대로 진행되며, 지역이나 엔진 형식에 따라 부품 수급 일정에 차이가 있어 고객에게 일정 변동을 안내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BMW코리아는 연말까지 리콜을 모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대상 차량이 워낙 많은 데다 안전진단 과정에서 연락이 닿지 않은 차량도 있어 연내 리콜이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현행법상 리콜 이행률에 대한 강제 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수입차 평균 리콜 이행률은 70% 수준에 그쳤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