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긴급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BMW 리콜 화재 대상 차량에 대한 '운행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소비자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됐다. 차량 운행을 못하게 되면서 받는 피해에 대한 보상 기준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BMW코리아 측은 결함 원인 규명과 리콜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한 뒤 보상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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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회현동에 위치한 BMW코리아 모습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BMW 화재 리콜 대상 차량 1만9276대에 대한 운행정지 명령을 내린 것은 소비자 피해 보상에 대한 추가 근거가 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위험 차량이라고 구분하고 운행을 막으면서 차량 소유주에게 추가 피해가 가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대표 변호사는 “현재 BMW코리아와 5개 딜러사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집단 소송의 주요 내용이 이번 사태로 인한 재산적 피해와 정신적 피해보상인데, 차량 운행을 못하게 되면서 생긴 상실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도 필요해졌다”면서 “물적, 심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바른은 이달 16일 400여명의 피해자를 대리해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3차 소송을 제기한다. 이에 따라 소송인단은 500여명 수준으로 확대된다. 바른 측은 하루 25만원 상당의 렌터카 이용료, 중고차 가치하락에 대한 보상, 정신적 피해 보상 등을 청구한다.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인 한국소비자협회와 법무법인 해온 측도 정부의 운행정지 조치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운행정지 명령을 내리게 되면서 소비자는 차량을 이용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또 다른 피해를 얻게 됐다”면서 “이는 명확한 피해보상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집단 소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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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BMW 차량 운행정지 결정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제공=국토부)

현재 BMW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5~6 곳으로 집계된다. 대형 로펌부터 개인변호사, 시민단체 등 다양하다. 민사소송의 경우 주로 피해자 보상을 다루고 있다. 반면 경찰과 검찰에 각각 접수된 형사소송의 경우 자동차 관리법 위반, 사기 등 중대한 혐의로 고소·고발이 이뤄졌다.

이처럼 다양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지만 BMW코리아 측은 명확한 소비자 보상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우선 화재 원인에 대한 분석과 리콜을 완료하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 향후 진행되는 민·형사상 소송에서는 법무법인 김앤장과 함께 대응할 계획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3년 전 '디젤게이트' 당시 폭스바겐이 미국에서는 수십조원 규모의 소비자 보상안을 내놓고, 국내에서는 100만원 쿠폰만 지급한 사례가 있어서 피해자들도 BMW 측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면서 “피해 규모나 상황을 고려하면 좀 더 적극적인 보상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