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사태로 정부가 BMW 차량 1만9276대에 대해 운행중지 명령을 내리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당분간 차량 운행은 어렵게 됐지만 화재사고 원인을 놓고 BMW와 국내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 엇갈리는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BMW는 주원인으로 EGR쿨러 등을 지목한 반면에 자동차 업계는 EGR밸브나 EGR쿨러 등이 원인이 아니라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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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대상 차종인 BMW 520d 엔진룸.

◇BMW 'EGR쿨러', 업계는 내년 폭염까지 두고 봐야

BMW가 이번 화재사고 해결을 위해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 쿨러(냉각기) 약 10만6000개를 한국에 투입한다. BMW는 지금까지 원인으로 언급된 EGR모듈·EGR밸브·EGR쿨러·ECU(전자제어장치)소프트웨어 등 중에 가장 유력한 해결책으로 EGR쿨러 교체를 꼽은 것이다.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요한 에벤비클러 BMW 품질관리부문 수석부사장은 “차량에 화재가 발생하기 위해선 쿨러 누수, 차량의 긴 주행거리, 장시간 주행, 바이패스 밸브가 열린 상태 등 4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면서 “주행 중인 차량에 화재가 발생한 것은 EGR 쿨러에서 발생하는 냉각수의 누수 현상 때문이다”고 밝혔다.

EGR쿨러에서 냉각수 누수가 발생하면 침전물이 형성되고 이 물질이 흡기다기관에도 달라 붙어 축적돼 과다한 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BMW 내린 결론이 냉각용량(성능)이 개선된 EGR쿨러 교체다.

하지만 국내 차량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사고가 EGR쿨러 교체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한다. 이번 차량 화재 사고가 여름철 폭염에 집중된 만큼, 내년 여름에나 정확한 입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최영석 선문대 교수는 “개선된 EGR쿨러 교환이 현재는 최선의 방법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인지는 내년 여름에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EGR쿨러 이외 바이패스 밸브, 엔진오일(가스)를 액화시키는 세퍼레이터나 엔진 구조적설계 결함 등 다방면에 가능성을 열어 놓고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디젤 차량에 비해 배기구부터 EGR모듈까지 짧아 열관리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설계 됐다는 설명이다.

◇소프트웨어 문제, 다시 도마위에

국토부 민간조사단 등은 EGR의 작동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폭염이 시작된 7월부터 화재사고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EGR 가동을 가속화 시키기 위해서 ECU(전자제어장치)의 소프트웨어에 손을 대면 엔진에 무리가 가면서 화재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BMW가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에 맞추기 위해 실제 EGR의 처리 능력보다 과도하게 작동하도록 ECU 소프트웨어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BMW측은 화재 사고 원인과 소프트웨어 문제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같은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유럽 등 다른 해외 지역 차량에도 동일한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한국과 다른 해외에 판매되는 BMW 차량은 미국을 제외하고 모두 동일한 소프트웨어가 적용된다”며 “EGR을 포함한 하드웨어 역시 같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판매한 차량에서도 유사한 결함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일각에서도 소프트웨어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ECU 진단기를 이용한 간단한 검사만으로 소프트웨어 조작 등 이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제작사가 임의로 이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윈도우 SW버전을 확인하듯이 ECU진단기를 이용하면 업데이트 등 조작 이력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이를 숨기더라도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 조작 가능성은 낮다”며 “최근 BMW 사고차량의 EGR 패턴을 보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고 개선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토부 민관조사단은 소프트웨어 조작관련해 긴급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과 아닌 차량, 리콜 대상과 아닌 차량 등 다양한 차량 샘플을 확보해 배기가스 배출량 등 당국에 신고된 수치와 차이가 발생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