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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연구진이 높은 신축성과 전도성을 띠면서도 인체에 독성이 없는 전도성 고무를 개발했다. 심부전증, 부정맥 등 심장질환 치료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김대형 부연구단장(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과 현택환 단장(서울대학교 석좌교수)은 금·은나노복합체 기반 전도성 고무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진은 금(Au)이 입혀진 은(Ag) 나노 와이어와 고무 성분인 SBS 엘라스토머를 섞어 전도성 나노복합체를 만들었다. 라스토머는 플라스틱과 고무의 성질을 갖고 있는 합성수지다. 기존 금·은나노와이어 복합체 문제였던 독성과 산화현상 문제를 해결했다. 은 나노와이어는 높은 전도성과 전도 특성으로 각광받았으나 독성으로 인해 활용이 어려웠다. 연구진은 길이가 긴 은나노와이어 표면에 손상 없이 균일하게 금을 입혀 생체 독성을 유발시키는 은 이온 유출을 차단해 생체 친화성을 높였다. 물에 산화되기 쉬운 생체 환경에서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도 갖췄다. 최대 840%까지 늘어날 수 있으며 안정적으로 전기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금·은나노와이어 복합체는 심장 자극기 소재로 적합하다. 연구진은 그물 형태 금·은나노복합체로 돼지의 심장을 감싸 심장 신호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전기 자극을 주는데 성공했다. 넓은 면적이라 심장 움직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부정맥 등 심장 이상이 있을 때 효과적으로 전기 자극을 가해 치료를 수행했다.

기존 심장 자극기는 심장 두 부분에 전극을 붙여 전기 신호를 보낸다. 금·은나노와이어 복합체는 그물 형태로 만들 수 있어 심장 전체를 덮는다. 전기 저항을 줄여 전도도와 전력효율이 높다.

IBS 연구진은 금-은나노복합체가 움직임이 큰 피부 위에서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피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전기 신호를 측정해 신체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전극과 히터를 내장시키면 전기 자극이나 열 자극을 동시에 구현해 간단한 물리치료가 가능하다. 자유자재로 늘어나기 때문에 움직임에도 큰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향후 차세대 웨어러블 의료기기 개발에 소재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대형 IBS 부연구단장은 “금·은나노복합체는 고전도성, 고신축성, 생체 친화적이어서 향후 바이오메디컬디바이스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돼지 심장 실험을 통한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면 효과적 치료 방법을 얻을 수 있어 심장 질환 치료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성과는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온라인 판에 14일 0시(한국시간)에 게재됐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