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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7개 카드사가 연합해 만든 한국형 모바일 근거리 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저스터치)가 참여사 간 이견에 따라 반쪽 사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공용 단말기 분담금 문제도 매듭을 짓지 못한 데다 삼성카드까지 사업에서 빠져 나감으로써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9일 금융·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7개 카드사 공용 NFC 결제 서비스 '저스터치' 사업이 인프라 분담금 문제 등으로 사업 확대에 균열이 생겼다.

업계 2위 삼성카드가 저스터치 사업에서 빠졌다. 카드사 공용으로 NFC 서비스를 내놓아야 하지만 삼성카드가 빠지면서 '공용 서비스'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또 카드사별로 공용 단말기 투자를 위해 약 200억원의 자금을 조성해야 하지만 이 또한 입장차가 뚜렷해 설전만 오가고 있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추가 동글 단말기 확대를 위한 비용 부담을 놓고 참여사 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삼성페이 서비스를 하고 있는 삼성카드가 저스터치 사업에서 빠져나감으로써 분담금 문제를 놓고 갈등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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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터치는 카드사가 공동 개발한 모바일 NFC 결제 규격이다. 스마트폰을 잠금해제한 뒤 교통카드처럼 결제 단말기에 대면 승인이 이뤄진다. 해외 브랜드 카드사의 결제망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별도 비용을 비자나 마스터 등에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카드사는 저스터치를 CU, GS25, 이마트24, 홈플러스, GS슈퍼마켓, 랄라블라 등 전국 3만3000개 가맹점에서 시범 서비스하고 카드사 분담금을 통해 단말기 확대에 나설 계획이었다.

금융위원회가 카드사가 공동 기금으로 가맹점에 NFC 단말기를 지원하는 것은 리베이트가 아니라는 유권해석까지 나오면서 저스터치 사업 확대가 기대됐다.

삼성카드 모바일협의체 탈퇴는 예견된 일이었다. 삼성페이는 저스터치와 달리 NFC와 MST(마그네틱 방식)를 지원, 모든 가맹점에서 추가 단말기 부담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단말기뿐만 아니라 모든 안드로이드 단말기에서도 삼성페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어 시장성도 밝다. IOS 기반 애플 기기인 아이폰에서 사용이 불가하다는 점도 저스터치와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삼성카드는 추가 단말기 부담을 지면서까지 저스터치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카드사 간 인프라 투자 비용 합의도 난제다.

7개 카드사는 전국 가맹점에 공용 단말기 확대를 계획했다. 카드사별로 분담금을 내자는데 합의했지만 한 푼이라도 돈을 덜 내기 위한 공방전은 지속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한 카드사 관계자는 “한 카드사가 빠진 상황에 분담금을 조성하는 게 맞는지, 각 카드사가 어떤 규모로 비용 부담을 질 것인지를 놓고 입장차가 크다”면서 “과거 IC단말기 전환 사업에 1000억원을 자금을 부담한 카드업계가 어려운 업황을 이유로 추가 부담을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협화음이 지속되면서 실효성 논란도 나오고 있다. 해외 브랜드인 비자나 마스터카드 연동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칫 이중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애플페이와 구글안드로이드페이의 한국 진출이 추진되고 있어 기술 종속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페이팔은 미국 결제 시장 51%를 넘어섰다. 애플페이는 약 11%다. 이들 두 공룡 기업이 근거리무선통신(NFC) 플랫폼 진영을 형성한 상황이다. 만약 이들 기업이 한국 진출을 가시화할 경우 인프라 투자에도 합의하지 못한 저스터치 사업은 공멸할 가능성이 짙다.



<용어설명>

※NFC(Near Field Communication)-10㎝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기기 간에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는 통신 기술. 해당 NFC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