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에 따라 구성된 에너지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들어 한 번도 소집되지 않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신재생 확대 등 굵직한 현안이 많았지만 '개점휴업' 상태다. 연말 수립 예정인 에너지 분야 최상위 계획 '3차 에너지기본계획' 참여 여부도 요원하다.

8일 에너지위에 따르면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위 소집 요청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에너지위는 국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때 적정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 구성된 최고 민간자문기구다. 에너지법은 정부가 주요 에너지 정책 및 에너지 관련 계획 심의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소속으로 에너지위를 둘 것을 정하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에너지기본계획 수립·변경 사전 심의를 위원회로부터 받아야 한다. 심의 항목은 국내외 에너지 개발부터 주요 에너지 정책, 비상계획, 원자력 발전, 예산 사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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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위는 그동안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 전력수급기본계획 굵직한 에너지 정책 이슈에서 민간 전문가 그룹으로 목소리를 냈다. 국내 첫 원전 영구정지 사례인 고리 1호기도 2015년 에너지위 동의를 통해 확정됐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소집되지 않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 수립, 에너지 전환 로드맵,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굵직한 사안이 있었지만 의견을 내지 못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올해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할 때도 에너지위 심의는 없었다.

에너지위는 백운규 산업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당연직 위원 관계 부처 차관 5명, 민간위원 산업 및 학계 전문가 19명 등 25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1년 사이 이들이 에너지 정책 논의를 위해 자리를 함께한 적은 없다. 이달 7일 발표된 여름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방안 수립 과정에서도 위원회 자문 요청은 없었다.

3차 에기본에도 에너지위 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 위원회 임기는 오는 12월 11일까지다. 3차 에기본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와 겹친다. 위원회 내부에서는 정부가 현 위원 임기 종료 이후 새로운 위원회를 구성하면 차기 위원회가 3차 에기본을 심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 위원회가 지난 정권 때 선정된 인물로 구성돼 정부가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 넘게 방치하다 보니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8일 전자신문이 확인한 결과 일부 위원은 자신이 에너지위 소속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A위원은 “과거 정부 때는 에너지위원으로 활동했지만 지금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3차 에기본 관련 위원회 소집 여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립 시기에 따라 현 위원회 또는 차기 위원회가 심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정책부터 8차 전력수급계획까지 에너지위를 소집할 일은 많았지만 한 번도 모이지 않았다”면서 “3차 에기본 심의와 관련해서도 차기 위원회가 처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