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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폭염에 시달렸다. 경북에 이어 강원도 지역도 40도를 넘었고, 서울도 1939년 기상 관측 이래 38.2도까지 올라간 1907년 이후 111년 만에 가장 높은 날씨를 기록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도 무덥다. 전기료 걱정을 하면서 에어컨을 켜든지 쇼핑몰 또는 극장으로 피서를 가든지 양자택일하지 않으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무더위를 견뎌낼 방도가 없다.

기후학자에 따르면 이러한 폭염이 온실가스에 따른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 면적의 1%에 불과한 도시 지역에서 세계 온실가스의 60%를 배출하며 기후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기후 변화의 주범인 도시가 폭염의 최대 피해 지역이기도 하다. 구조상 열 배출이 어려운 아스팔트와 열을 뿜어내는 자동차, 건물 등으로 인해 도시는 열섬 현상에 갇혀 있다. 이런 열을 식히기 위해 에어컨을 틀고 전기를 소비하느라 또 열을 내뿜는 악순환 고리에 빠졌다.

뜨거워진 도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취장보단(取長補短)! 도시의 복잡한 구조물, 넓게 깔린 아스팔트 등에 의한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그 장점을 취해 도시에서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는 도시 발전(發電)이 새로운 솔루션이 될 수 있다.

도시 발전이 생각보다 멀지 않은 미래에 실현될 수 있음을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2018 대한민국 기후기술대전'에서 확인했다. 이 행사에서는 다양한 기후 변화 대응 기술이 소개됐다. 연구 성과와 제품을 관람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제공했다.

그 가운데 관람객의 시선을 가장 많이 사로잡은 것은 '에너지 자립형 친환경 스마트시티' 특별관이다. '친환경 스마트시티'의 핵심은 일반 건물이 발전소 기능을 하면서 도시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청정하게 생산, 자체 공급하는 것이다. 건물, 도로, 자동차 등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기존의 임야나 산림을 훼손하지 않고 에너지 공급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주민 수용성까지 높일 수 있는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BIPV)은 친환경 스마트시티를 구현하는 핵심 기후 기술이다. 곡면을 포함한 건물의 외벽 등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주황색, 녹색 등 다양한 색상의 창문형 태양전지로 건물의 추가 공간 없이도 에너지 발전이 가능하다면 심미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또 차세대 초고효율 태양전지를 개발하면 친환경 에너지 자립형 건물이 더욱 보급·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냉방과 난방이 동시에 가능한 삼중열병합 연료전지 기술은 건물용 냉난방 수요에 효율 대응을 할 수 있어서 지금과 같은 폭염, 반대로 추운 겨울에도 도시 에너지 자립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계절, 날씨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저장해 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 역시 에너지 자립 도시를 구성하는 중요한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다. 에너지 안정 저장 및 공급으로 전력 피크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활용해 수소나 메탄 등 가스연료를 생산해 수소차의 연료로 쓰거나 가정용 에너지로 사용하는 에너지저장기술(P2G), 빌딩 옥상을 이용한 풍력발전 기술 등 차세대 기후 기술 개발을 통해 도시 발전이 가능하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특별 재난과 같은 지금의 폭염이 앞으로 상시화·장기화될 가능성이 짙다. 이에 관한 대책 없이 폭염이 지나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면 도시에서 전기·냉난방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자연스레 화석연료 사용량도 줄일 수 있어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폭염이 없는 건강한 여름이 다시 다가올 거라 기대한다. 도시 발전이 일상이 되는 미래에는 뉴스 기상 캐스터가 “오늘의 태양으로 인한 전기생산량은 106GWH입니다”라고 보도하는 것이 당연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곽병성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 byongskwak@kier.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