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코리아가 차량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EGR' 결함에 대한 교체 리콜 실효성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체용 EGR 역시 현재 리콜 대상 차량에 장착된 EGR와 구조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쿨러(냉각장치)와 바이패스(우회) 부분에 대한 개선이 이뤄진 신형 EGR를 장착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화재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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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대상인 BMW F코드 모델에 적용되는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모듈

7일 수입차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선 BMW코리아가 교체 리콜을 실시하는 EGR 모듈을 장착하더라도 화재 위험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체용 EGR 모듈도 쿨러, 바이패스 부분이 기존 EGR 모듈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EGR 쿨러와 바이패스 통로에 크랙(깨짐)이나 다른 손상이 많이 발견됐다. 고온 배기가스가 쿨러에서 온도가 충분히 내려가지 못하고 흡기로 유입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는 쿨러와 바이패스 통로를 손상시켜 천공(구멍)을 발생시킨다. 그 구멍으로 냉각수가 누출돼 EGR에 쌓인 수트(그을음)와 혼합되면서 화재 원인이 되는 것이다.

BWM 역시 디젤 차량의 EGR 쿨러에서 발생하는 냉각수 누수 현상이 화재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EGR 쿨러에서 냉각수가 새어 나와 EGR 파이프와 흡기다기관 등에 침전물이 쌓였고, EGR 바이패스 밸브 오작동으로 인해 냉각되지 않은 고온의 배기가스가 빠져나가면서 침전물에 불이 붙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부터 리콜 대상 차량 42종 10만6317대에 대해 EGR 모듈 교체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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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전소된 BMW 차량

전문가들은 교체용 EGR 모듈에서도 동일한 화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MW 측에서 지목한 화재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EGR 쿨러와 바이패스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EGR 쿨러 용량을 늘려서 배기가스를 충분히 식혀 줘야 하고, 바이패스 통로 구조를 바꿔서 고온으로 인한 크랙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BMW코리아가 리콜하는 교체용 EGR 모듈은 현행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BMW코리아 내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EGR 쿨러에서 발생하는 냉각수 누수 현상이 화재 근본 원인이라고 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신형 5시리즈(G30) 등에 장착되는 EGR의 경우 2016년 유럽에서 화재 위험을 인식하고 개선돼 화재 위험이 적지만 리콜하는 EGR 모듈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 BMW는 해외에서 2016년부터 EGR로 인해 발생한 화재 사례를 수집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 왔다. 실제 'G코드' 신형 모델에 적용되는 EGR의 경우 개선된 제품이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 관계자는 “EGR 모듈은 배출 가스나 여러 가지 성능 개선이 필요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선했다”면서 “몇 년 후 같은 문제가 발생할 리콜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낙연 총리는 BMW코리아 측에 이번 화재 사고에 대한 명확한 원인과 대처 방식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 총리는 “BMW코리아의 뒤늦은 사과와 EGR 결함이 화재 원인이라는 거듭된 발표는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토교통부가 대처 방식을 재검토해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사후 조치를 취하고, 법령의 제약이 있더라도 행정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고, 미비한 법령은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