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우려가 확산된 가운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시선이 국회로 향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등 법 개정을 촉구했다. 여야가 관련 개정안을 연달아 발의한 상태여서 빠른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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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지난 3일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 대비 10.9% 오른 8350원을 확정 고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재검토를 요구하는 이의제기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상공인이 이달 말 '국민대회' 개최를 예고하는 등 각계 유감 표명이 잇따랐다.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입법 차원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에도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다. 이들 법안은 △처벌조항 완화 △사업 종류별 구분 의무화 △최저임금위원회 권한 및 구성 변경 △장애인 근로자 보호 등을 담았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2일 최저임금법 내 징역형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벌금도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했다. 과도한 처벌규정을 완화하는 법안이다.

홍일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개정안은 최저임금으로 인한 사회 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다. 최저임금 결정시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도록 법에 명문화했다. 사업 종류별 구분을 의무화하고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 대표에 청년·비정규직, 사용자 대표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을 포함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개정안은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임의규정을 의무규정으로 바꿨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은 최저임금위원회 중립성을 높이고자 위원회 구성 변경 내용을 담았다. 최저임금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하고 근로자위원 및 사용자위원 선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했다. 공익위원은 국회의장 추천 1명, 대통령 소속 정당의 교섭단체 추천 4명, 그 외 교섭단체가 추천하는 4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신상진 한국당 의원과 윤후덕 민주당 의원 개정안은 장애인 근로자와 고용사업자를 보호하는 법안이다. 신 의원 개정안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장애인 근로자 인가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해 장애인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꾀했다. 윤 의원 개정안은 장애인 고용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한다.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을 활용해 고용사업자에게 5년간 재정지원을 하게 했다.

우회 지원 법안도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임차인 부담을 경감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차료를 현금 또는 신용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법률에 규정했다.

홍익표·윤호중 민주당 의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을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 10년(기존 5년)으로 연장하는 게 골자다. 이 밖에 가맹사업 공정화에 관한 법과 대리점 공정화에 관한 법, 카드수수료 법 등도 있다.

국회가 최저임금 인상 보완 입법에 나섰지만 실제 처리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당, 의원별로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시선 차가 존재한다. 8월 임시국회 일정마저 미뤄지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여야 모두가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속도와 범위 등 주변 부작용에 따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는 신속한 보완 입법을 촉구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주된 요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고용부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하자 앞으로 업종별 구분 적용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5인 미만 영세사업장 최저임금을 업종·지역별로 차등 적용할 것을 주장했다.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 차등 지급 계획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최저임금 미만율과 영업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이 큰 업종에 대한 차등지급 등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