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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산업통상지원부)의 기본은 '기업을 위한 부처'입니다. 현장에서 기업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면서 우리 부에 바라는 역할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이를 대변하는 목소리와 대안을 적극 제시하고, 속도감 있게 실행해야 합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직원조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지난달 취임 1년을 맞아 국회, 기업간담회 등에서 역설한 '기업을 위한 산업부' 슬로건 연장선이다.

다른 부처도 아닌 산업부가 '기업을 위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산업 정책 주무 부처에 기업은 정책 수요자이자 중요한 고객이다. 모든 정책 우선순위는 기업이다.

그럼에도 지극한 상식 한마디가 반갑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지난 1년 동안 잊히는 듯 하던 기업의 중요성을 되짚게 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은 경제 활성화 주인공에서 조연으로 밀려났다. 조연도 그냥 조연이 아닌 환골탈태가 필요한 대상으로 여겨졌다. 청와대를 비롯해 어느 부처도 기업을 환영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친기업·반기업 프레임이 아닌 일자리 친화 차원에서 바라본다고 설명했지만 기업인 사기는 떨어진 지 오래다.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에는 대통령선거 때 내건 정책에 힘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봤다. 분배 중심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 힘을 실었다.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시각은 바뀌지 않았다. 정부 출범 1년이 지나도록 기업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최저임금, 근로시간까지 나오는 정책마다 기업은 악역을 맡았다.

1년 사이 경제 지표는 나빠졌다. 문재인 정부 1호 과제인 일자리부터 생산, 투자, 소비에 이르는 거의 모든 지표가 악화됐다. 수출 하나 정도가 버티고 있지만 우리가 잘한 것인지 세계 경제 개선 덕인지 헷갈린다.

청와대와 정부도 다급한 듯하다. 기업을 찾는 일이 서서히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기업과 적극 소통할 것을 주문했다. 청와대 참모진도 대기업과 일자리 창출 우수 기업을 방문하며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이 기업과 소통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업을 찾아 혁신 성장을 챙긴다. 산업부가 '기업을 위한 산업부'를 강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관건은 앞으로 정부와 기업의 호흡 맞추기다. 어느 날 갑자기 기업을 찾아 악수하고 박수친다고 기업 사기가 살아나진 않는다. 장관이 아닌 대통령이 기업을 방문해 최고라고 치켜세워도 웃는 것은 그때뿐이다. 기업하기 좋은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기업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실제로 반영해야 한다. 정부가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놓고 귀를 막은 것은 아니었다.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를 듣고 이를 보완책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아쉽지만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앞으로는 달라야 한다. '기업을 위한다'는 슬로건이 단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액션이 필요하다. 산업부 직원조회사를 빌려 말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목소리와 대안을 적극 제시하고, 실행은 속도감 있게 해야 한다. 그게 기업을 위하는 것이다.


이호준 산업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