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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에 걸린 오라클 상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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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에 걸린 오라클 상징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탈(脫) 오라클 소프트웨어(SW)를 선언했다. 오라클은 최대 고객사 중 하나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아마존을 시작으로 탈 오라클 분위기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대기업과 공공이 클라우드로 시스템을 빠르게 전환하면서 패키지SW 업계도 타격이 예상된다.

◇아마존, 왜 탈 오라클 선택했나?

아마존 탈 오라클 행보는 예견됐다. 아마존은 4∼5년 전부터 오라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주요 서비스를 제외한 상당수 시스템을 아마존 클라우드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오라클 DB를 걷어냈다. AWS가 2014년 출시한 관계형DB '오로라'를 대거 도입하면서 오라클 비중은 자연스럽게 줄었다.

아마존이 오라클 DB 비중을 줄인 이유는 비용 절감 때문이다. 아마존은 오라클 대형 고객사 중 하나다. 아마존이 해마다 오라클에 유지보수와 신규 제품 구매 등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수천억원대에 달한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아마존이 오라클 제품 도입을 중단하면서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오라클 대안 제품 등장도 아마존의 이번 결정을 촉발했다. 오라클은 세계 DB시장에서 50% 이상 점유율을 확보, 독보적 존재였다. 그러나 최근 마이SQL 등 오픈소스를 비롯해 클라우드 DB 등 대안 제품이 대거 등장하면서 입지가 흔들린다. AWS가 개발한 오로라 안정성도 검증되면서 아마존 탈 오라클 행보가 빨라졌다. 고비용 오라클 제품을 도입하지 않고도 비슷한 수준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클라우드로 시스템을 전환하면서 오라클을 고집할 이유도 줄었다. 플랫폼앤애널리틱스 조사에 따르면 클라우드 DB 시장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46% 고속 성장할 전망이다. 오라클 등 패키지SW 대신 클라우드에 최적화된 제품이나 오픈소스 채택이 늘어난다. 아마존도 AWS로 시스템을 대거 이동하는 과정에서 고비용 오라클 대신 자체 개발 DB나 오픈소스를 도입했다.

◇다국적SW 업계 판도, 국내 변화되나

아마존 탈 오라클 행보는 오라클뿐 아니라 다국적 패키지SW 업계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비용 절감이 화두다. 다국적 패키지 SW 제품은 제품 구매부터 유지보수까지 고비용 구조다. IT 비용 절감 대상 일순위로 지목된다. 기업이 IT 비용 절감 차원에서 클라우드를 채택하면서 다국적 패키지 SW 제품 도입도 줄어들 전망이다. 세계 패키지SW 시장 연간 성장 전망율은 6%대로 클라우드 방식(SaaS) 제품 성장세(20% 이상)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국적SW 기업이 장악한 국내 시장도 변화가 예상된다. IDC가 지난해 조사한 국내 패키지SW 기업 순위에 따르면 15대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티맥스소프트, 한글과컴퓨터, 더존비즈온, 안랩 등 네 군데에 불과하다. 대표 패키지 제품인 DBMS(2016년 기준)는 오라클(58%), 마이크로소프트(MS·15.5%), IBM(13.7%) 등 외산 DBMS 비중이 90%에 달한다. 외산 비중이 높은 만큼 해마다 다국적 SW기업에 지불하는 유지보수 비용도 상당하다. 공공도 대부분 오라클 DBMS를 사용, 기관당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유지보수 비용을 해마다 지불한다.

업계는 대기업 중심으로 최근 탈 다국적SW 기업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내다본다. 실제 국내 주요 대기업이 다국적SW 제품을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거나 추가 구매하지 않는 방향을 타진한다.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제품 가격 22%에 달하는 비용을 유지보수 명목으로 해마다 외국계 SW기업에 지불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받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최근 저렴한 유지보수전문서비스나 클라우드 제품이 많이 등장하면서 기업이나 공공에서 외국계 제품 걷어내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몇몇 중견 기업은 해마다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유지관리 비용 절감을 위해 외국계 SW 계약을 해지했다”면서 “일부 대기업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어 아마존처럼 전향적 방향으로 결정하는 사례가 국내서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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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국산SW·오픈소스, 대안 가능성

다국적 패키지SW 국내 입지가 흔들리면서 국산 SW나 오픈소스 등 대안 제품 관심도 높아진다.

IDC에 따르면 국내 패키지SW 시장은 MS, 오라클, IBM, SAP 등 4개 기업이 50%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티맥스소프트, 더존비즈온 등이 DBMS, ERP 등 분야별 자체 기술력을 확보해 외산과 경쟁한다. 그동안 국산 제품은 외산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 금융, 공공 등 주요 분야가 국산 제품을 채택하면서 가격뿐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인정받는 분위기다. 여전히 안정성, 최신기술 반영 등 글로벌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경쟁력 확보가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SW 도입이 예전보다 늘었지만 안정성, 기술지원 등 더 보강해야 할 부분도 많다”면서 “지금보다 투자를 늘려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다국적 SW 대안 제품으로 채택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SW 대안 제품 찾기는 세계적 이슈다.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 공공과 기업도 고비용의 다국적 SW를 대신할 기술과 제품을 찾는다. 국산 SW 업체가 경쟁력을 확보하면 해외 시장에서도 대안 제품으로 성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중동, 유럽 등 세계 여러 국가가 다국적 패키지SW 독과점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안 제품을 찾는다”면서 “국산 제품이 가격면에서 앞서 기술력만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갖춰준다면 경쟁력 있는 대안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소스 도입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국내 기업 280여개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오픈소스 SW 도입 장점으로 '라이선스·유지보수비 등 비용절감 효과'와 '특정 벤더에 대한 솔루션 종속성 완화' 'SW 솔루션 선택권이 넓어짐' 등을 꼽았다.


오픈소스 업계 관계자는 “오픈소스가 패키지SW만큼 기술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평가 받으면서 최근 대기업에서도 오픈소스를 폭넓게 도입해 사용한다”면서 “다국적 패키지SW 제품 대신 오픈소스를 채택하는 국내 기업과 공공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