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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SW) 개발사인 A사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법인계좌 개설을 거절 당했다. 은행에서 이른바 암호화폐 관련 블랙리스트 기업을 관리하는데 A사 업종이 '암호화폐 취급 기업'으로 코드 등록이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우리는 SW 기업"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계좌 개설은 이루지 못했다.

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등은 계좌 개설 거부의 이유를 들어 은행연합회에 항의 의견 등을 전달하는 등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은행의 계좌 개설 거부가 오히려 불법 행위라며 공동 대응 논의에 착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이 블록체인 기술 기업 대상으로 별도 실사 없이 법인계좌 개설을 거부하는 등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계좌 개설이 거부된 한 기업은 은행연합회장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연합회가 은행권에 법인계좌 발급을 중단시킨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고, 이 같은 은행의 위헌 조치를 즉각 중단하라며 은행연합회장 면담을 요청했다. 은행연합회는 은행 측에 이 같은 조치를 내린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블록체인 SW개발사 대표는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에 법인계좌 개설을 요구했지만 우리 회사가 암호화폐 취급업체로 등록돼 있다는 코드를 알려주며 계좌를 열어 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AML 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은행은 암호화폐와 관련 이상 거래가 있는지 등 기업 대상 실사를 의무로 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기업의 실사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부분 은행이 블록체인 '블'자만 들어가도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자금세탁방지법과 관련해 은행에 내려온 체크리스트가 있으며, 아예 블록체인 관련 기업 서비스 제공을 하지 말잔 분위기가 많다"면서 "원래 타깃은 암호화폐거래소지만 상당수 기업 자금이 거래소와 연관돼 있거나 향후 사업 계획에 ICO 계획 등이 들어가 있어 은행들도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블록체인 기업으로 분류된 곳을 계좌 승인할 경우 정부 당국이 지시한 여러 체크리스트를 실무자가 수시로 파악해야 하고, 관리하는 것 자체가 귀찮다는 반응이다.

지방 지점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일부 지점은 블록체인으로 분류되는 기업은 아예 대응하지 말라는 내부 규정까지 만든 곳도 있었다.


최근 한 중소기업은 블록체인 기업으로 분류됐다는 이유로 일주일 안에 계좌를 정지시키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해당 기업 대표는 "갑자기 은행 실무 팀장으로부터 '혹시 암호화폐거래소를 추진하고 있지 않으냐' '정부 등에서 인증을 받았느냐'는 등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면서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으면 계좌를 정지시키겠다.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전화를 해 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