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1등급인 직장인 A씨는 추가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대출을 거절당했다. 기존에 받은 대출이 많아 추가 대출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A씨는 저축은행을 찾았지만, 저축은행에서의 자체 신용평가에서는 3등급을 받아 10%대 후반 금리를 적용받았다.

이처럼 신용등급 1등급인 소비자가 저축은행에 갔을 때 3등급이나 4등급을 부여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저축은행이 자체 업권 특성에 맞는 자체 신용평가 기법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16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대형 저축은행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머신러닝 등이 적용된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운영하고 있다. SBI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은 지난해, OK저축은행은 올해 CSS 고도화를 마쳤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공시된 신용등급별 금리는 신용평가사(CB) 등급으로 적용된 금리”라면서 “1등급 고객이라도 저축은행에 오는 이유는 다중채무자거나 한도를 초과한 고객이 많아 실제 적용되는 금리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앙회에 공시된 나이스신용평가의 신용등급평가반영비중을 보면 상환이력정보가 40%, 신용형태정보가 26%, 현재부채수준이 23%, 신용거래기간 11% 등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 대다수는 다중채무자거나 한도를 꽉 채운 고객이 많아 현재부채수준을 20% 수준 반영하는 이 지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신용등급 평가상 1등급 고객도 고금리를 적용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 공시를 보면 31곳 저축은행 중 신용등급 1등급 고객에게 연 14% 이상의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은 11곳이다.

이 때문에 높은 신용등급을 가진 우량고객에게도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았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좋아도 다중채무자거나 가정주부, 학생 등 소득 소득이 없는 고객도 많아 깐깐한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실제 빅데이터를 활용한 머신러닝 기법 외에도 신용관리 성향이나 생활, 소비패턴 등을 확인하는 통신관련 비금융정보인 텔코 데이터(Telco Data), 통장거래내역의 정보를 자동(스크랩핑, OCR)으로 인식·분류해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통장거래내역 자동분석 등을 신용평가정보에 반영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CSS 고도화로 기존 CSS 대비 5% 이상 고객등급이 올랐고, 승인대상자 확대 및 불량률도 10%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 1등급이라도 막상 저축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오면 소득이 없거나 다중채무자인 사람이 많아 등급이 내려가는 사례가 많다”며 “부실률을 줄이기 위해 자체 CSS를 구축해 운영하다 보니 공시와 실제 적용되는 금리 괴리가 큰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