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익률은 0.89%에 불과하다. 연 단위로 환산해도 1.66%에 그친다. 지난해 수익률 7.26%는 고사하고 예금금리에도 못 미친다. 국내 주식 수익률도 2.41%에 불과했다. 코스피 등 벤치마크지수의 1%포인트(P) 이상 밑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장기 공석 사태와 지난해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각종 외풍으로 연이어 핵심 운용역이 빠져나간 국민연금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을 앞둔 상황부터 국민연금을 빠져나오려는 사람이 많았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찬성에 가담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으니 누가 그 자리에 가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강면욱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난해 7월 이후 1년이 다 되도록 후임자를 정하지 못했다. 4월에 공모를 개시한 후임 본부장 인선은 청와대 인사 개입설까지 불거지며 표류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는 청와대 개입 여부보다도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검증에서 탈락한 배경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운용 수익률만을 위한 것이라면 자산운용사 대표까지 역임한 사람을 탈락시킬 이유가 없다”며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느냐 보다 어떤 방식으로 정부 정책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4월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 투명성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모든 종목에 대한 현황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등 외압으로 인한 투자 결정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수익률을 고려한다면 절대 이뤄지지 않았을 결정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평가다.

한 증권사 운용역은 “아무리 작은 펀드라도 투자 전략 노출 등 이유로 포트폴리오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며 “과연 기금운용본부장이 있는 상황에서도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을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기금 도입 이후 25년이 지난 2013년에야 국내 주식시장 등 세부 운용 내역을 공개했다.

전문가는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생활을 위한 자금인 만큼 투명성 강화와 함께 수익률 확보를 위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본질은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가 아니라 국민연금이 독립적으로 투자 수익률 전망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