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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해운산업 동향과 시장 분석에 접목해 해운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최근 발표한 동향분석 보고서 '빅데이터 분석은 해운에서 어떻게 활용되는가'에서 국내 해운업계의 기업 퇴출을 비롯한 경쟁력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해운시황 분석 능력 부재를 꼽았다.

현재 국내 해운업 상황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13년 이후 글로벌 해운시장에 초대형선이 급속도로 늘어나 운임도 최하로 떨어졌다. 대표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은 2016년 법정관리에 들어가 결국 파산했다.

지난해 운임 단가 회복에도 불구하고 현대상선은 세전영업이익률 -7.3%, SM상선은 -18.1%로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해외 경쟁 선사에 비해 손실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 우리나라 해운산업 매출은 29조 원으로 2015년 39조 원에 비해 약 10조 원 감소했다.

보고서는 의사결정시스템 및 시황 분석 역량 등 국내 해운업계의 리스크 관리 부재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해운 경기변동 분석, 시장 모니터링, 선박관리 등에 도입해 경쟁력 향상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글로벌 해운 경기는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이 갈수록 확대돼 업계는 새로운 리스크 관리 방안을 요구받고 있다. 기존 운임, 유가, 환율 등 결정된 과거 지표에 의존해 온 시계열 분석 방법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보고서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새로운 분석방법이다. 이 방법은 사물인터넷(IoT)으로 확보한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이를 AI로 분석·예측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다. 또 SNS 정보와 해운 뉴스 등 비정형 데이터와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으로 확보한 선박 운항 정보까지 분석 자료로 활용한다. AIS 자료의 경우 운항하는 선박의 수와 목적지, 화물 등을 실시간 분석해 향후 화물 수요, 운임 등을 예측할 수 있다.

AI의 인공신경망은 제공된 데이터 외에 스스로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고 학습을 통해 예측 정확도를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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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운항 선박수(케이프사이즈)와 운임(C14) 간의 관계(자료 : 해운조사기관 IHS)

글로벌 선진 해운기업과 국가는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새로운 분석방법을 대안으로 보고, 다양한 각도에서 도입과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는 디지털본부를 신설하고 선박 운항에 빅데이터 분석을 도입, 운항 효율성을 최대 7~8%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M과 해운 블록체인 연구를 위한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일본의 대표 해운 3사가 공동으로 해운전문컨설팅 기관인 IHS에 의뢰해 기계학습(머신 러닝) 기반의 시황예측 모델을 개발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도 선사와 대학, IT전문기업이 산학협력으로 AI기반 해운시황 예측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2017년 기준 해운을 포함한 해양부문 기업의 12% 이상이 이미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업효율성 향상을 추진하고 있다.


윤희성 KMI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장은 “대형 선단 확보나 해운 동맹이 눈에 보이는 외형 경쟁 요소라면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분석 역량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 경쟁력”이라면서 “시황 예측 전담부서를 갖춘 곳이 거의 없고, 내수 시장도 협소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선 정부 지원으로 공공영역에서 분석 역량과 툴을 확보해 기업에 제공하면서 해운 경쟁력 향상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