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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컴 로고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이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업체 CA테크놀로지를 189억달러(약 21조3200억원)에 인수한다. 반도체 기업이 SW업체를 인수하면서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브로드컴은 올해 초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을 인수하려다 미국 정부 반대로 실패한 바 있어 미국 정부 승인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11일(현지시간) 탄 호크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CA 인수가 세계 최고 인프라 기술 회사 중 하나를 창설하는 데 중요한 구성요소”라고 밝혔다. 마이크 그레고어 CA CEO도 “브로드컴 반도체 업계 리더십과 CA SW 분야 전문성이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CA 주주는 인수 계약으로 주당 44.50달러 현금을 받는다. 이는 11일 종가인 37.21달러에 20%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양사 이사회 승인을 얻어 최종 계약이 이뤄졌지만 CA 주주 승인과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에서 독점금지법 승인을 받아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번 거래가 브로드컴 기업용 SW 시장 진출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11월부터 라이벌 기업인 퀄컴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추진하다 실패했다.

지난 3월에는 1170억달러까지 인수 금액을 제시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인수 협상이 무산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브로드컴이 중국계 자본으로 움직인다면서 화웨이 등 다른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마찬가지로 미국 차세대 무선통신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정부 반대로 인수가 한 차례 무산된 브로드컴은 아예 본사를 미국 새너제이로 옮겼다. 외국계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에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미국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CA 인수는 앞선 퀄컴 인수만큼 예민한 사안은 아니지만 논란 불씨는 남아있다. 작년 CA 매출 중 7%가 정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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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테크놀로지 로고

산업계는 브로드컴과 CA 결합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양사가 IoT 부문이나 산업용 인프라 구축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브로드컴은 스마트폰 무선인터넷(Wi-Fi), 블루투스, 위성항법장치(GPS)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유무선 네트워크 저장장치를 개발한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CA는 주로 메인 프레임 컴퓨터와 같은 기업 IT인프라에 적용하는 SW를 개발한다.

CA 매출은 주로 SW 판매보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래밍 프로젝트 계획, 개발, 관리 등에서 나온다. CA 기업용 SW 매출은 안정적 현금 수익은 안겨주지만 최근 몇년 간 성장률은 답보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전략적 비전보다 양사 재무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기업 가치를 키우는 것은 호크 탄 CEO 특기라고 지적했다. 호크 탄 CEO는 아바고테크놀로지를 시작으로 미국 회사였던 브로드컴을 약 37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회사 덩치를 불렸다. 이후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긴 것이다. 이 과정에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