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부터 글로벌 TV 시장 경쟁 양상이 바뀐다. 초고화질(8K), 마이크로LED 등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퀀텀닷을 사용한 QLE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양분했던 구도를 흔든다.

차세대 기술이 예상보다 빨리 시장에 등장하는 것은 프리미엄 시장 확대를 위해서다. 글로벌 TV 출하량은 정체지만 프리미엄·대형 TV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TV 제조사가 8K와 마이크로LED 등 신기술 대응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차세대 TV가 등장하면 정체된 TV 시장이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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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월 CES에서 선보인 마이크로 LED TV 더월(자료: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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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LG 올레드TV 신제품 발표회 LG전자는 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초R&D캠퍼스에서 2018년 올레드TV 신제품 발표회를 개최했다. 최상규 사장과 권봉석 사장(오른쪽)이 인공지능(AI) 화질엔진 알파9을 장착한 LG 올레드 TV AI ThinQ(씽큐)를 소개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차세대 기술 등장…삼성·LG 전략 주목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세대 기술을 바라보는 방식은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8K TV 조기 상용화로 현재 프리미엄 TV 시장 구도를 바꾸려 한다. 반면 LG전자는 OLED TV 생태계 확대에 주력한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미터(㎛) 단위 초소형 LED를 이용한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프리미엄 TV 시장 패러다임을 변화를 노린다. 사용자 기호에 따라 원하는 크기·형태로 구성이 가능한 모듈러 방식을 적용했다. 기존에는 없었던 TV 설치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 조기 상용화로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려 한다.

하반기에는 8K TV도 출시한다. 4K가 프리미엄 TV 화질 기준이 된 가운데 한 차원 높은 화질로 차별화하려는 시도다. 특히 자체 화질 업그레이드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 8K 콘텐츠 부족 문제까지 해결한 제품을 선보인다.

LG전자는 현재 프리미엄 TV 시장을 주도하는 올레드 TV 생태계 확산에 주력한다. 올해 OLED TV 제조사는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창홍, 콩카, 도시바, 로에베 등 15곳으로 늘었다. IHS에 따르면 OLED TV 판매량은 올해 254만대에서 2022년 935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에서 영향력을 지속 확대하면서 준프리미엄 위치까지 넘볼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경쟁 양상이 바뀌는 것에 대한 대응은 피할 수 없다. 이미 8K 올레드 TV 기술도 갖췄기 때문에 맞대응 차원에서 8K TV를 출시할지가 관심이다.

양사가 경쟁을 벌이면서 포화된 TV시장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TV 시장은 PDP에서 LCD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4K 화질을 갖춘 TV가 보편화 된 이후 큰 변동이 없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을 기점으로 신기술이 쏟아지면서 TV시장이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TV 신기술이 쏟아지고 있다”며 “마이크로LED와 8K 등 신기술을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기술 선점이 미래 시장 주도권 핵심

현재 TV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선도한다. 세계 TV 시장 점유율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제조사 추격이 거세다. 하이센스·TCL·하이얼·창홍·콘카 중국 주요 TV 제조사는 자국 시장의 성장세를 발판으로 성장했다.

BOE 등 패널 제조사로부터 가격이 저렴한 LCD 패널을 공급받고 세계 시장을 상대로 물량 공세도 펼친다. 최근에는 50형 이상 TV 수출 비중을 늘리고, 음성인식 기능을 적용한 TV를 선보이는 등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수출 TV 중 대부분은 여전히 32형 저가 TV지만 하이센스는 55형 이상 TV 비중이 30%를 넘는다. 중국 TV 제조사는 올해 음성인식 등 인공지능(AI) 기술까지 적용하면서 추격 속도를 높였다.

일본 소니 또한 프리미엄 TV 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은 패널로 만든 OLED TV가 선전을 이끌었다.

경쟁업체와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라도 8K와 마이크로LED 등 신기술 도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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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TV 시장 정체 상태…프리미엄·대형 TV 비중은 커져

글로벌 TV 출하량은 지난해까지 정체를 면치 못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글로벌 TV 출하량 2014년 2억4392만대, 2015년 2억2621만대, 2016년 2억2273만대, 지난해 2억1696만대로 최근 4년 간 지속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TV 출하량은 반등할 조짐이다. 시장조사기관 위츠뷰클라우드(AVC)는 올해 TV 출하량을 2억2270만대로 전망했다. 그러나 내년에도 이 같은 TV 출하량 증가세가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올해 TV 출하량은 평창 동계올림픽·러시아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 영향으로 증가한 폭이 크다. BOE 등 중국 패널 제조사가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을 낮추면서 중국 TV 제조사를 중심으로 공급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TV 출하량이 증가했지만 세계 TV 시장은 포화상태라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진단이다.

이와 달리 프리미엄 TV는 꾸준히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전체 TV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IHS에 따르면 세계 전체 TV 시장에서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분기에서 지난해 1분까지 3%대에 머무르다 지난해 2분기부터 5%를 넘어서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점유율이 10.3%까지 상승했다. 삼성 QLED TV가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항목에 포함 되면서 점유율이 급속히 커진 효과가 크다. 하지만 OLED TV를 포함한 프리미엄 TV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75형 이상 대형 TV 비중도 지속 상승세다. IHS에 따르면 세계 전체 TV 중 75형 이상 TV 비중은 2016년 1분기에서 지난해 2분까지 2~3%를 기록하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4%대를 지속 이어오고 있다. 오는 3분기부터는 5%대까지 점유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TV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올해 75형 이상 대형 TV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TCL과 콘카 등 중국 TV 제조사도 100형대 제품까지 선보이는 등 TV 대형화에 가담한다. 세계 양대 TV 시장인 북미와 중국에서는 금액기준으로 지난해 50형대 TV 판매액이 40형대 TV 판매액을 넘어섰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