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는 질병 진단, 치료는 물론 건강관리 전 영역에서 중요성이 커진다. 할리우드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자 검사로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결과를 확인하자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스티브 잡스 역시 생전에 유전자 검사로 최적의 항암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일화는 유전자 검사 중요성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도 2010년대부터 개인의뢰유전자검사(DTC) 허용이 꾸준히 제기됐다. 세계 수준 유전자 검사 역량을 확보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연구 목적이 아니라 건강관리, 질병 영역까지 서비스를 대중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병원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검사를 민간 기업에 확대해 접근성을 높이고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허용 항목, 절차, 방법을 두고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논란이다. 실제 미국과 일본에서는 DTC가 활발히 이뤄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1월 DTC 유전적 질병 위험도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간소화했다. 기존 서비스별로 심사를 받아야 했던 것에서 기업만 인증 받으면 신속하게 출시하도록 했다. 미국국립보건원(NIH) 등은 DTC 검사 이후 식습관(72%), 운동습관(61%)이 개선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서비스를 장려한다.

일본은 중증 질환을 포함한 대부분 유전자 검사 항목을 전면 허용 중이다. 암, 소화기, 심혈관, 내분비, 뇌, 관절, 혈액 등 53개 기업이 280개 이상 DTC 항목을 서비스 중이다. 후지경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일본 DTC 시장은 전년 대비 80% 증가한 44억엔(약 428억원)까지 성장했다. 개인유전정보취급협의회로 유전자검사 서비스가 건전하고, 안전하게 제공하게끔 심사·인증 체계도 체계적으로 운영 중이다.

세계 DTC 시장 규모는 2015년 800억원에서 2022년 4000억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적으로 고령화, 비만 등으로 의료비가 급격히 늘면서 질병 예측, 조기진단, 예방이 시급하다. DTC는 유전적 요인을 미리 분석해 질병 발병 가능성을 제시하고, 생활습관 개선으로 예방하는 지침서가 된다.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건강관리 서비스, 식품, 운동, 화장품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DTC를 둘러싼 의료-산업계 갈등은 유전자 검사를 놓고 주도권 싸움이 근본 배경이다. 그동안 모든 유전자 검사는 병원에서 의뢰해야 가능했다. 병원의 위탁업체 역할에 머물던 산업계가 규제 개선을 요구하면서 주도권 싸움이 시작됐다.


업계 관계자는 “DTC는 검사 신뢰, 위해도 문제가 아니라 의사와 기업 간 밥그릇 싸움”이라면서 “생존권을 놓고 양측이 부딪치면서 정부도 쉽게 어느 쪽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