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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혁신 성장과 공정거래법 개편

발행일2018.07.08 15:00
Photo Image<나지원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법학박사>

2018 러시아 월드컵 열기가 한국과 독일의 조별 리그 3차전 이후로 잦아들고 있다. 이번에 한국이 디펜딩 챔피언 FIFA 랭킹 1위 독일을 꺾은 것은 기뻐할 만한 대이변이었지만 한국 축구 경기력에 관해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비슷하게 한국 경제도 이따금 호재는 있어 왔지만 대기업 위주 고도성장 모델 이후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체질 개선 가능성에 대해 비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로 집약된다. 소득 주도 성장은 국가 재정과 일자리 정책을 통해 국민의 소득을 늘려 시장의 '수요'를 진작시키는 것이다. 혁신 성장은 기술 혁신과 규제 혁파로 기업을 혁신하고, 이를 통해 시장의 '공급'을 늘리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서 이를 새로운 경제 성장 모델의 견인 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정 경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비유되는 불공정한 시장의 경쟁 질서를 바로잡고 경쟁 시장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최근 공정 경제 구현을 위한 중장기 과제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의 개편 논의에 더해 공정거래법이 어떻게 혁신 경쟁을 촉진시키고 혁신 성장 걸림돌을 제거할 것인지에 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혁신(혁신 성장)과 경쟁(공정 경제)의 관계는 서로 무관하거나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관계로 생각돼 왔다. 그런데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과 경쟁이 서로 긴밀한 관련성을 맺는다고 봤다. 이러한 슘페터의 이론은 시간이 흐르면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슘페터의 주장은 창조적 파괴, 혁신, 기업가 정신으로 요약된다. 즉 슘페터는 신소재, 신제품, 신기술, 신공정 등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창조적 파괴'라고 하는 끊임없는 소용돌이 속에서 시장의 현존 구조가 생성·파괴되는 '기술 혁신' 과정과 역할을 강조했다. 최근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과 같은 신기술이 시장에 접목되는 과정에서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 현상이 빈번히 목격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첨단 기술 발달은 4차 산업혁명 원동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를 들어 실시간 고객 데이터에 자동 반응해서 가격과 공급량을 책정하는 알고리즘(일종의 AI) 사용이 보편화돼 서로 경쟁해야 할 사업자들이 시장에서 동일한 행태를 보이는 경우 이를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볼 수 있을까. 근래 고객 정보를 포함한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광고 알고리즘으로 이용하는 플랫폼 사업자 영향력이 날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이용해 쇼핑, 여행, 부동산 등 연관된 시장을 독점하려는 것을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할 수 있을까. 신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전략 차원에서 육성하기 위해 잠정 규제로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예외를 공정거래법 영역에도 허용할 것인가. 이번 공정거래법 개편 과정에서 이와 같은 새로운 법률 이슈에 관한 세밀한 검토가 추가될 필요가 있다.

또 혁신 경쟁을 촉진시키거나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는 근거들을 법 개정 과정에서 계속 보완해야 한다.

시장 상황을 축구에 비유하면 사업자들은 축구선수, 경쟁 당국은 심판, 공정거래법 등 경쟁 법규는 경기규칙이라 할 수 있다. 종전의 심판 역할은 반칙을 잡아내고 제재하는 등 역할이 소극성에 머물렀다면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첨단 시장에서 심판은 개별 시장 특성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경기 규칙을 적용해야 하는 등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이 때문에 격변하는 시장의 게임 룰에 해당하는 이번 공정거래법 개편 논의 의미는 더욱더 중요하다.

나지원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법학박사 najw@hmp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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