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 비씨카드가 설립한 국내 1호 빅데이터 연구소가 문을 닫았다.

통신과 금융 정보를 결합해 한국 빅데이터 산업의 새 지평을 열겠다며 출범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업종 간 데이터를 통합해서 새로운 부가 가치를 만들고,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를 기점으로 금융사는 물론 통신사 다수가 빅데이터 산업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다양한 시도를 했다. 정부도 6개 금융 관련 기관의 신용 정보를 통합 관리할 신용정보원을 설립하는 등 관련 흐름에 동참했다.

2년여가 흘러 이런 흐름의 물꼬를 튼 곳이 사실상 빅데이터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원인은 정부 규제 완화 의지 상실과 신용정보법 개정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 개인간금융(P2P), 인공지능(AI) 등 '금융권 메기'로 관심 받던 다양한 산업과 기술이 주춤하고 있다. 혁신보다는 사고와 제재 소식이 많이 들린다. 이런 상황을 빗대 전·현직 금융위원장 이름을 딴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런 상황이 위원장 한 사람 문제는 아니겠지만 현장에서 금융 당국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점은 반드시 짚어 봐야 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구태를 벗고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지만 산업 분야, 특히 금융 산업은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혁신보다는 규제와 감독을 선호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사고를 치는 것보다 사고가 터지면 어떻게 처리할까를 더 염려한다. 당연히 네거티브보다 포지티브 규제가 우선된다.

한국 금융이 아프리카 어떤 나라보다 뒤떨어진다는 고위 관료의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우물 안에서 안일하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던 한국 금융 산업 경쟁력을 꼬집은 말이었다.

발언 이후 몇 년이 흘렀고, 그 사이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런데 느낌은 악보의 도돌이표를 대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