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동결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2019년도 국가 연구개발 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확정했다. 배분안에 따르면 내년도 R&D 예산 총액은 15조7810억원이다. 주요 사업 예산이 14조7000억원,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운영 경비가 1조1000억원이다. 올해 예산과 비교하면 0.1%도 못 미치는 '0.06%', 즉 95억원 증액에 그쳤다. 사실상 동결이지만 물가 인상 요인 등을 고려하면 삭감이나 마찬가지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1.3% 늘어나는 등 최소 1% 이상 꾸준히 증가했다. 유독 내년도 예산만 큰 폭으로 줄었다.

국가 R&D 예산은 산업 기본 경쟁력인 기초 및 원천 기술에 투자되는 돈이다. 중요도 면에서 어떤 항목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경제성장률이 주춤할 때도 R&D만큼은 우선 배정하는 분야였다.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지만 장기로 볼 때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는 혁신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창의 아이디어도 필요하지만 탄탄한 원천 기술이 뒷받침될 때 혁신이 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과기혁신본부를 차관급으로 신설한 것도 이런 배경이었다.

R&D 예산 축소는 과기혁신본부 위상을 단편으로 보여 준다. 출범 당시 혁신본부는 예산 배분과 조정 권한뿐만 아니라 지출 한도 권한까지 확보할 예정이었다. 명실상부한 R&D 컨트롤타워 역할을 위한 기본 기능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야권 반발로 반쪽 권한만 가져오는 데 그쳤다. 쪼그라진 혁신본부의 부작용을 R&D 배분 과정에서 그대로 보여 준 것이다.

국가 R&D는 배려가 아니라 당위성 문제다.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기초 및 원천 기술 같은 기본 체력이 튼튼해야 한다. 혁신 성장을 이끌 기초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추진 동력을 얻기 어렵게 된다. 가뜩이나 혁신 성장은 겉만 번지르르한 정책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R&D 동결이 혁신 성장 발목을 잡지나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