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이장석 한국영업혁신그룹(KSIG) 대표 js.aquinas@gmail.com

지금은 '영업의 시대'라고 한다. 그럼에도 영업은 250년 전과 다르지 않고, 어제와 다르지 않다. 지금도 달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18세기 말 거상 임상옥, 그로부터 100년 후 객주 천봉삼이 겪은 영업 환경이 서로 다르다. 그들이 꿈꾼 영업이 지금은 이뤄졌는가. 바뀌지 않았고, 바뀌려 하지 않고, 누구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과정은 모른 척하고, 결과만으로 판단하는 조직과 리더는 영업하는 사람을 매도한다. '영업 제일' '영업 우선' 구호는 외치지만 영업하는 사람을 무시하고, 영업 자체에 대한 기대를 접은 리더가 많다. 그런 조직과 리더에 의해 영업의 본질은 망각하고 결과에만 집착하는 영업 직원이 양산됐다.

“영업하는 애들 '가방모찌' 아닙니까. 위에서 가라고 하면 가고, 고객이 오라고 하면 오고, 술이나 마시고… 아무 생각이 없지요. 그런 애들한테 큰 기대, 안 합니다.” 30년 가까이 회사를 경영한 최고경영자(CEO) 말이다.

“'영업' '세일즈' 대신 '비즈니스'라고 표현해 주세요. 저희 컨설턴트는 영업을 매우 부정한 용어로 봅니다.” 교육을 요청한 컨설팅 회사가 제시한 의견이다.

바뀌어야 한다.

업종에 따라 용어는 다를 수 있지만 연구개발, 생산, 판매, 관리는 모든 기업의 기본 기능이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기업이 이룬 생산성, 연구개발 능력, 경영관리 역량 혁신과 개선은 상상을 초월했다. 생산은 자동화를 지나 지능화하고, 연구개발은 프로세스 표준화 및 기술 결합에 의해 초고도화됐다.

관리 영역도 표준화되고 통합된 프로세스에 의해 경영 효율화의 핵심 기능이 됐다.

그러나 영업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아무리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이 뛰어나도 영업 조직이 250년 전과 다르지 않다면 어떤 결과를 기대하겠는가.

이제 변해야 한다.

먼저 영업을 업으로 사는 우리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 영업의 신성함을 지키지 않고, 공부하지 않고, 잘못된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서 자신을 비하하고 자기 합리화에 급급하면 '장사꾼'으로 치부된다. 회사를 대표해서 고객을 만나고, 고객을 대신해서 조직에 자극과 동력을 불어넣는 소중한 직무를 수행하는 것에 당당하고 엄격해야 한다. 시장과 고객을 통해 미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진정한 비즈니스 리더가 되는 길이다.

둘째 경영층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CEO 스스로가 영업자의 한 명임을 천명하고 전략, 사업·연구개발, 생산성, 경영지표에 쏟는 에너지만큼 영업에 관심과 열정을 보여야 한다. 결과만 보고, 결과에만 의존하는 의사결정을 반복하는 한 지금의 숙제는 풀 수 없다. 경영층이 불신하는 영업 조직과 직원은 회사 시스템과 프로세스, 경영층 인식을 포함한 조직 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조직 역량 극대화와 함께 핵심 인력 자원을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길이다.

셋째 영업의 시작과 끝인 고객도 바뀌어야 한다. '갑'이라고 표현되는 고객이 바른 생각과 공정성을 유지한다면 '을'은 '고객 가치 극대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영업을 업으로 하는 모든 을도 일을 떠나면 대부분의 시간을 갑으로 산다. 그러나 을이었을 때 한탄하던 갑의 행태를 대부분 똑같이 저지른다. 상대의 가치를 폄하고, 뭔가 바라고, 갑 행세를 하려 한다. 당당한 갑, 공정한 갑, 바른 갑은 깨끗한 사회 공동체를 만드는 시작이다. 마무리다.

마지막으로 영업 현장 리더가 변해야 한다. 영업 조직의 리더는 단기 성과에 직접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조직과 직원의 미래를 좌우하고, 직원 의식과 가치관까지 바꾼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내가 책임질테니 신경 쓰지 마.” 회사가 차별화 전략을 수립하고 혁신을 강조해도 이러한 골목대장 같은 리더가 있는 영업 조직에는 변화, 혁신, 전략이 녹아들지 않는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무면허 운전자에게 핸들을 맡기는 것과 같다.

영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기업은 이를 방치한다. 영업의 숙제는 영업 직원과 영업 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 전체의 문제이고, 국가 과제다.

'새로운 영업의 길(道)'을 꿈꾸면서 앞으로 월요일 격주로 네 가지 영역에서 가야 할 길을 다룬다.

이장석 한국영업혁신그룹(KSIG) 대표 js.aquina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