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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2012년 독일의 Industry 4.0 추진을 계기로 기술 선진국들의 제조혁신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제조혁신 패러다임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산업구조 개편과 진화정책을 수립· 추진 중이다. 우리 정부도 제조업 혁신 3.0, 4차 산업혁명위원회 신설 등 4차 산업혁명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선정해 다양한 지원 노력을 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제조업은 서비스 활동이 부가가치 제고의 유력한 수단이자 신시장 창출전략이 되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한 메가 솔루션을 통해 꾸준하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 중심의 제조 모델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제품은 공장에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제품, 기기, 사람과 연결되어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 진행형'이 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중에는 이미 서비스 영역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아마존은 리모콘보다 작은 무선 스캐너 '대시(Dash)'로 아예 경쟁의 판도를 바꿨다. 바코드로 스캔하거나 필요한 물건을 말하기만 하면 아마존의 식료품 장바구니에 물건이 담긴다. 내부의 물류 자동화 수준을 한층 스마트화한 것만으로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아마존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밖에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던 포드사도 스마트 모빌리티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필립스도 스마트 조명으로 수익을 고도화하고 있고, GE의 경우 금융을 제외한 전사 매출의 46%를 서비스 부문에서 얻고 있다.

반면 국내 제조업의 서비스화 수준은 약 18%로, 주요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중소〃 중견기업의 경우 자체 대응능력이 취약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제조업 패러다임 변화에 뒤처지고 있다. 중소· 중견기업이 시장 고정형 제품 제조에서 벗어나 제조와 서비스가 융합된 시장 창출형 제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근본적 체질 개선을 이뤄야 할 시점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이 이를 위한 제조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중소· 중견기업 현장에 그 성과를 보급· 확산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기원형 4차 산업혁명 대응기술 개발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시범사업은 중소· 중견기업의 제조혁신에 가장 중요하고도 파급효과가 큰 AI, 빅데이터, IoT, 지능형 로봇 분야에서 4개 부문의 과제를 발굴해 개방형 공모 방식으로 추진된다. 구체적으로는 중소· 중견 제조기업 공정지능화(AI) 적용기술, 중소기업형 공정데이터 취득· 활용기술, 중소기업 현장 IoT센서 장착· 적용기술, 지능형 로봇기술 개발 등이다. 생기원은 자체 연구비 35억 원을 투입해 진행하는 이 시범사업에 중소· 중견기업은 물론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 기술 역량을 고도화하는 한편 성과 확산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중소·중견기업과 같은 기술수요자 입장에서는 제조 서비스 기업으로 의 도약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공정지능화(AI) 적용기술이 도입될 경우 공정 전문가에 의존하던 것에서 생산정보화(MES) 기업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진다. 또 지능형 로봇기술 개발은 극한작업로봇, 재난로봇기술을 활용해 산업계뿐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로봇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궁극적으로는 중소· 중견 제조현장에 스마트화, 서비스화, 플랫폼화를 구현해 제조와 서비스가 융합된 실질적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가 창출되는 제조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중소· 중견기업의 제조혁신 지원은 계속될 것이다.

이성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siyi@kitech.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