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핀펫 특허권 반환 요구...학교 돈 사용 증거 확보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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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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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반도체 핀펫 특허 침해로 4억달러(약 4400억원)를 물어 줘야 한다는 미국 배심원 평결이 나온 가운데 경북대가 이 특허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경북대는 소유권을 입증할 증거도 확보, 특허 반환을 요구하기로 했다. 현재 특허권자는 이종호 서울대 교수다. 이 교수는 특허 대리인 KAIST IP를 내세워 삼성전자와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다. 특허 소유권이 경북대로 바뀌면 현재 소송은 지연 또는 무효화 공산이 크다.

20일 최제용 경북대 산학협력단장은 “이 교수가 경북대 근무 당시 국가에서 연구비를 받아 해당 (핀펫) 연구를 수행했고, 해외 특허도 경북대에 재직할 때 냈다”면서 “법무공단 조언을 받고 이 교수에게 특허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말했다.

경북대는 “해당 특허가 경북대에 있다는 증거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경북대 재직 시절 미국 및 일본에 특허를 출원할 때 사용한 비용청구서와 세금계산서 원본을 찾았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 삼성전자, 글로벌파운드리, 퀄컴 등을 상대로 이뤄지고 있는 소송 대상 특허 'USP6885055(이중-게이트 FinFET 소자 및 그 제조방법)' 명칭이 해당 청구서 등에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는 연구윤리감사위원회를 열고 이 교수가 부정한 방법으로 해당 특허를 취득했는지 여부를 추가 조사하고 있다. 최 단장은 “학교에 아무런 보고 없이 연구 성과물 특허를 해외에 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국가 직속인 국립대학에서 이런 일이 확인된 이상 조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개발한 핀펫은 2000년 당시 과학기술부가 추진한 21세기프론티어 국책사업 가운데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 자금을 지원받아 개발된 일종의 국가 기술이다. 1차 연도(2000.7.1.~2001.6.30) 주관 기관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었고, 연구책임자는 신형철 교수였다. KAIST 반도체 기술 개발 연구는 21세기프론티어 국책사업이 시작되기 1년 전에 삼성전자가 5000만원 자금을 지원하면서 시작됐다. 정부 보조가 이뤄지면서 크게 확산됐다. 신 교수가 이듬해 안식년을 가면서 2차 연도 주관 기관은 원광대, 책임자는 당시 원광대에 재직한 이종호 교수로 변경됐다. 3차 연도에는 이 교수가 경북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주관 기관이 경북대로 바뀌었다.

이 교수와 특허 대리인인 KAIST IP는 그동안 경북대 특허 소유권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해 왔다. 해당 특허는 경북대에 재직하기 전에 개발을 끝낸 기술이라는 것이 요지였다. 이 교수는 KAIST와 원광대가 핀펫 기술에 대한 해외 특허를 내주지 않아 양도 과정을 거쳐서 미국과 일본 특허를 취득했으며, 학교가 해외 특허 출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직접 출원했다고 주장해 왔다.

KAIST가 국내에서만 보유하고 있는 핀펫 특허(KR10-458288) 출원 일자는 2002년 1월 30일이다. 이 교수는 이 출원 일자 이후에 경북대로 왔다. 미국 특허 역시 한국 특허와 토씨 하나 다르지가 않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특허를 동일 특허로 보기 위한 국내우선권주장출원에 부합하려면 특허를 1년 내 출원해야 했다. 미국 특허 출원일은 1년이 지난 2003년 2월이다. 이 때문에 해당 특허는 개별 사안이고, 경북대는 경북대 근무 당시에 낸 특허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경북대 주장에 “(삼성과) 소송 중인 사안이어서 말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강인규 KAIST IP 대표는 “만약 미국 특허를 낼 때 경북대 돈을 썼다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경북대 돈을 썼다면 경북대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미국 애플의 한국 법인 애플코리아도 지난 3월 30일 한국 특허심판원에 KAIST가 보유하고 있는 핀펫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대와 이종호 교수 간 미국 특허 소유권 공방 외 이 심판 결과 역시 앞으로 반도체 업계 핀펫 특허 소송 결과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