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조금 수천만원을 지원받은 국내 전기차가 해외로 무분별하게 팔려 나가고 있다. 국내 모든 전기차는 국가 법에 따라 폐차나 차량 등록 말소 때 배터리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수출 물량에 한해 배터리 반납 의무 규정을 제외시킨 허점이 이용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2014~2016년 3년 동안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 다수가 요르단, 이란 등 중동 지역으로 수출됐다. 이들 차량은 환경부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전기차 구매 후 2년 운행 의무 기간을 지킨 차량이다. 당시 최대 2400만원 수준 국가 보조금은 받았다. 2014년 당시 지자체별로 국가 보조금을 2000만~2400만원 지원했다. 여기에 당시 700만원 충전기 설치 보조금까지 지원받았다.

업계는 올해 초부터 중고 전기차 수출이 본격 시작됐고, 현재까지 해외로 넘어간 전기차 수를 200대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거래가 활발한 차량은 르노삼성 'SM3 Z.E.', 기아차 '쏘울EV' 등이다.

Photo Image
기아차 2015년형 '쏘울EV'
Photo Image
르노삼성 2015년형 'SM3 Z.E.'

이달 들어 수출용 중고차 거래가 늘면서 'SM3 Z.E.' 중고 전기차 가격은 올해 초 700~1000만원에서 최근 1500만원까지 뛰었다. 2014년에 판매된 '쏘울EV'는 1700만원에 팔렸다.

현재까지 파악된 중고 전기차 수출업체는 일부 대기업을 비롯해 다수 개인사업자 등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를 내놓는 주체는 렌트카 업체가 가장 많았다. 최근에는 소문이 돌면서 개인 소유 차량도 매물로 나오기 시작했다.

요르단 중고차 중개인은 “요르단에서 한국산 전기차 거래를 시작했다”면서 “SM3와 쏘울EV뿐만 아니라 아이오닉을 찾는 고객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잘못된 정부 정책 때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거래는 배터리 반납 등 제약이 있는데 반해 국가 친환경 정책 효과와 무관한 수출 차량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정부와 지자체가 매년 전기차 보급 목표치를 정하고 있지만 해외로 빠져 나가는 물량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업계 한 대표는 “렌터카 업체는 2000만원대 정부 보조금을 받고 제조사로부터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저금리로 전기차 도입을 지원받기도 했다”면서 “엄청난 특혜를 받은 차가 오히려 웃돈을 받고 수출하도록 방치하는 건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선 차량 등록 말소 땐 배터리를 반납하고 수출 때는 (반납)하지 않아도 되는 법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출 시 배터리 없이는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배터리) 반납 조항을 예외로 뒀다”면서 “중고 전기차 거래 실태를 파악한 뒤 필요하면 별도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