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주요 연구개발(R&D) 목표로 자리매김했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연구가 화두다. '사람'에 중점을 둔 현 정부 출범 이후 특히 그렇다. 산업계만 수혜를 입을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R&D 혜택을 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출연연이 국민중심 연구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변화를 모색하고 나섰다. '국민중심' 연구를 대폭 확대한다. 국민에 한 발 더 다가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구현하려는 ETRI의 변화 모습을 조망해 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이상훈)은 지난 3월부터 '국민중심 R&D 실천 방안'을 도출해 왔다. 안전, 복지, 공평성, 환경 등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국민생활 편의 향상형 R&D를 수행하겠다는 취지다.

국민 삶의 질 관련 연구 비중을 대폭 늘리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충분히 고도화 된 시각장애인접근성 전자책 서비스, 지하공간 안전관리기술 등은 이용 확대방안을 모색한다. 또 휴먼케어 로봇기술이나 재난용 멀티콥터 무인기 기술과 같이 개발 중인 기술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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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연구진이 전자책을 음성처리 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시각장애인용 어플리케이션 기술을 시연하는 모습

자원도 집중한다. 자체 연구예산과 가용 자원을 단계적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정부 및 공공 수탁사업에서도 최대한 협력을 이끌어 내 국민을 위한 R&D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육성 중심 R&D에도 일부 조정을 가하기로 했다. 국가 발전 핵심인 4차 산업혁명 관련 혁신기술 개발은 계속하면서 일부 변화를 가한다. 시급성 중심 리소스 투입에서 벗어나, 높은 기술 난이도로 산업체에서 기피하는 고위험·도전성 R&D를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내부 조직도 일신한다. 두 가지 미션을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구조를 이원화하기로 했다. 국민생활 편의 향상형 연구는 하나의 과제를 완료하면 즉시 다른 과제를 맡을 수 있도록 중단기 임무 수행형 조직을 편성해 맡길 예정이다. 반면 고위험·도전성 R&D는 중장기 기술축적을 이뤄야 하는 만큼 '연구전문성' 중심 조직으로 꾸린다.

또 연구자가 전문성과 근무 역량을 극대화해 발휘할 수 있도록 과제 이동을 자유롭게 할 계획이다. 유사연구를 수행하는 산·학·연과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도 창출한다.

국민이 꼭 필요로 하는 기획 과제 도출을 위해 소통의 문도 넓힌다. 국민과 상시 소통하는 채널을 운영하고, 국민참여형 R&D 기획 R&D 플랫폼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은 향후 다른 산업 기관에서 수집하는 ICT R&D 플랫폼의 '중심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ETRI는 곧 국민중심 R&D 실천 방안을 보완·완성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마련한 초안을 기반으로 대내외 의견을 수렴하고 올해 말까지 세부 실천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기관을 변모하는 일은 내년부터 본격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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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ETRI 원장은 국민중심 R&D 수행으로 기관을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상훈 원장은 “지금이야말로 ETRI가 국민중심 R&D 수행 기관으로 거듭날 적기”라고 강조한다. 과거에는 국내 기반이 취약한 첨단 ICT 산업육성이 주된 미션이었고, 지금은 국민이 공감하는 출연연으로 거듭나는 것이 새로운 미션이라는 얘기다.

이 원장은 “연구자가 중심이 돼 기획하고 책임도 질 수 있는 연구환경이 구축될 때 노력에 따른 성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면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PBS) 개편이 ETRI의 변화에 큰 힘이 돼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이 자랑스러워 하고 신뢰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국민과 호흡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국민중심 R&D 수행으로 다가서겠다”고 약속했다.


<글 싣는 순서>

1. 국민을 중심으로 한 R&D

2. 국민을 편하게 안전하게 SW콘텐츠 기술

3. 튼튼한 사회 연결고리 초연결통신

4. 소재부품으로 이루는 꿈


5. 즐겁게 실감나게, 초실감 방송미디어

6. 미래전략 기술로 미래 전략 '빅 픽쳐' 그린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