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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올해 보건의료계 화두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으로서 보장성 강화정책 성공 수행을 담당하는 필자는 이럴 때일수록 진정성 있는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절감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소통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새삼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통 수단 확산이 반드시 소통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첨단 정보통신(ICT) 기술을 통한 소통은 피상적인 내용을 담아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때가 많다. 겉으로는 소통처럼 보이는 일들이 사실은 불통(不通)을 더 키우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일이다.

심사평가원이 2005년 이후 추진해 온 '요양기관 정보화지원 서비스'는 ICT를 매개로 한 소통 노력 성과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 사업은 의사협회, 병원협회, 약사회 등 의약단체와 심사평가원 협업을 통해 최신 ICT를 활용해 개인정보보호 지원, 정보교류 등 의료기관 정보화를 지원한다. 2016년 한 해 동안에만 약 9000억원 경제적 편익 효과를 냈을 정도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사업이 관계자 전폭 협력 속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심사평가원 업무 성격상 규제기관으로 인식하는 의료기관의 뿌리 깊은 선입견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진료비 청구를 온라인으로 전환해가는 과정에서 과거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저항 등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때도 많았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 해법은 역시 꾸준한 소통 노력에 있었다. 심사평가원과 의약단체 관계자들은 수많은 회의를 통해 진정성 있는 논의를 계속했다. 의료기관 요청에 응해 주말에도 현장을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의료기관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자율점검 서비스, 진료내역 보호를 위한 암호화 제품 및 의료기관 홈페이지 개설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의료기관과 신뢰를 쌓아나갔다. 그 결과 지금은 전체 의료기관 97%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ICT를 접목한 우리나라 보건의료계 발전을 위한 기반이 된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하는 기술 대격변 속에 놓여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삶의 양태를 바꾸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신기술이 실제로 인간 삶을 개선시키려면 기술 이외 요소도 중요하다. 즉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어떻게 설득하고 극복하느냐는 과제다. 기술 빅뱅에 인문학, 철학적 성찰이 동반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소통이 부단하게 이뤄져야 한다.

전 국민에 영향을 끼치는 정책도 신기술 도입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 국민 건강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다. 당연히 이해관계자 사이에 다양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보장성 강화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 사회 각계의 소통이 필수적인 만큼 심사평가원도 진정성 있는 소통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김승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stkim@hi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