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성장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경제 성장의 한 축이다.

기업 혁신을 촉발시켜서 경제 발전을 꾀하는 공급 중심 정책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혁신 생태계 조성, 혁신 거점 구축, 규제 재설계, 혁신 인프라 강화 등 4개 축으로 이뤄진다. 경제 규모를 키우는 필요조건이다.

25년 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주문했다. 우물 안 개구리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당시 공무원은 기업과 바로 만나는 접점이었다. 예산 집행부터 애로 사항 해결까지 공무원이 도맡았다. 이 역할을 지금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이 담당한다. 애로 사항 해결부터 창업과 일자리 창출, 기업 경쟁력 강화 등 관련 예산을 집행한다.

Photo Image

대부분 산하 기관은 기업보다 더 기업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한 기관은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딴 직원에게 수당을 지급하려 했다. 조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따려는 직원에게 비용을 대 주려 했다. 연장근로 수당이 없는 부장 직책 수당도 올리려 했다. 모두 감사에서 지적 사항으로 걸렸다. 공무원과 같은 기준으로 감사하기 때문이다. 어느 중소기업 지원 기관은 경력직원 채용 때 대기업 경력은 100% 인정한 반면에 중소기업 경력은 절반 가까이 깎았다. 그 결과 대표이사보다 부하 직원 연봉이 더 높은 상황까지 빚어졌다.

감사는 필요하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고쳐야 한다. 그러나 구태의연한 제도를 바꾸고 시대흐름에 맞춰 나가려는 것을 돌려놔서는 안 된다.


혁신 성장 4개 축에 규제 재설계가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느낄 수 없다. 기업 규제뿐만 아니라 지원 기관 규제도 재설계가 필요하다. 제도를 고치려는 노력이 없다면 혁신 성장은 구호로만 그칠 뿐이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